런던올림픽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7월27일 개막을 앞두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올림픽 종목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기획기사를 10회 연재한다.

김연아에게 트리플러츠가 있다면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21)에겐 도마(뜀틀) ‘공중 세 바퀴(1080도) 회전’이 있다. 링 철봉 마루 등 체조의 남자 6개 세부 종목 중 하나인 도마는 발구름에서 착지까지 단 1.42~1.46초밖에 걸리지 않는 ‘찰나의 예술’이다.

◆7.4 최고 난도 신기술

양학선은 지난해 7월 고양에서 열린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도마 사상 처음으로 공중 세 바퀴 회전이라는 최고 난도의 신기술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양학선은 빠르게 도움닫기를 한 뒤 구름판을 정면으로 밟고 도마를 양손으로 짚으며 한 마리 새처럼 하늘로 뛰어올랐다. 양손을 가슴에 모은 채 몸통을 비틀어 세 바퀴 돈 뒤 매트에 착지했다. 성공이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신기술이 눈앞에서 구현되자 국제체조연맹(FIG) 관계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신기술로 지난해 10월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쟁 선수들을 압도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FIG는 이 신기술을 양학선의 이름을 따 ‘양1’으로 명명하고 난도를 역대 최고인 7.4점으로 정했다.기존 최고 난도 기술은 공중에서 두 바퀴 반(900도) 회전 기술인 ‘여2’로 난도가 7.0이다.

◆회전 관성 유지가 관건

양학선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의 연구 및 지원을 통해 이 신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체조 담당인 송주호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중 세 바퀴 회전을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회전 관성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차적으로 공중에서 세 바퀴를 회전하려면 체공 높이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양학선은 이 기술을 구사할 때 공중으로 약 3m 솟구쳤다. 수평 이동거리만 5.5m나 됐다. 이를 위해 구름판을 밟는 순간 허벅지의 회전을 최대한 끌어올려 제1 비약에서 힘을 받아야 한다.

이상적인 동작에서 구름판을 밟을 때 대퇴부 회전 각속도는 초당 748도에 달한다. 실패했을 때보다 초당 100도 가량 빠르다. 이후 도마를 양팔로 짚고 점프를 시작할 때 몸 전체를 빠르게 회전시켜 제2 비약에서 회전 관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세 번의 공중회전을 마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제2 비약에서 올라갈 땐 속도가 빨라야 하지만 내려올 땐 안전한 착지를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


점프할 때 공중으로 솟는 각도도 중요하다. 송 선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구름판을 박차고 나갈 때 각도가 70도, 도마를 짚고 뛰어오를 땐 25도를 유지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도마에서 금메달 여부는 약 1.4초라는 짧은 시간에 결정되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도마야말로 찰나의 스포츠로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에서 양학선이 도마 기술을 구사할 때 어느 정도 회전력을 확보하고 어느 각도로 점프하는지를 눈여겨 본다면 메달 색깔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