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우석대 총장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소신껏 일할 것"
민주통합당이 4월 총선 공천의 칼자루를 쥔 공천심사위원장에 강철규 우석대 총장(사진)을 1일 임명했다. 강 총장 발탁은 극도의 보안 속에 나온 한명숙 대표의 작품이다. 강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부패방지위원과 규제개혁위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패방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총장은 청렴한 학자로서의 소신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사회활동, 행정 경험 등 이론과 실천을 결합해 공익적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공천 혁명에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강 위원장은 서울시립대 교수 시절부터 재벌 개혁과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등을 주장해온 개혁적 성향의 인사로 꼽힌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대전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반부패와 공정을 상징하는 인사를 공심위원장에 임명한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했다.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의 진보적 강령과 맞물려 총선 인적 쇄신 단계부터 진보적 가치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한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이 있는 전주에서 이날 상경한 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새로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가치가 제 평소 철학과 부합해 위원장직을 제안받고 수락했다”며 공천의 3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을 존중하는 인물, 시대의 흐름을 읽고 99% 서민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분, 공정과 신뢰 사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직접 정치에 참여할 의사는 없다”며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미력하나마 역할을 하기 위해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부름하려고 온 게 아니다. 제 철학과 소신 원칙을 가지고 해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데 대해서는 “언론에서 그렇게 지은 것 같은데 기업들의 창의력과 노력은 존중해야 한다”며 “다만 순환출자방식으로 무리하게 계열사를 확충하거나 부당 내부거래로 중소기업을 울리는 불공정 거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할 사람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강 위원장과 협의를 거쳐 외부 인사와 당내 인사 절반씩으로 구성된 14명 내외의 공심위원 명단을 3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88만원세대’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등이 외부 공심위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