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변화가 어렵다?…'현상유지' 편향을 역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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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 경영학카페
사람은 특별한 이득 없으면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려 해
새 방식을 '기본옵션'으로 설정…관행서 벗어나도록 유도해야
사람은 특별한 이득 없으면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려 해
새 방식을 '기본옵션'으로 설정…관행서 벗어나도록 유도해야
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달라져야지’ 하고 결심한다. 담배나 술을 끊기도 하고, 게임을 끊기도 한다. 공부 시간을 늘리려고도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결심은 ‘작심삼일’로 돌아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도약을 꿈꾸며 혁신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3개월을 못 버티고 예전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곤 한다. 임원들은 회사가 추진하는 일들이 직원들과 맞지 않아서 변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 안에 있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때문이다. 이 개념은 바꾸고자 하는 행동이 현재의 행동보다 특별하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이것을 ‘귀차니즘’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현상유지 편향이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켐벨 수프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1990년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된 데이비드 존슨은 회사 경영 방식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사업을 재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켐벨이 매년 가을마다 토마토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존슨은 담당자를 불러 왜 이 행사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담당자의 답변이 어의가 없었다. 그는 이 행사의 취지나 이유를 전혀 모르며, 그저 전임자에게 인수받은 대로 진행할 뿐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존슨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 행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불규칙한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오래 전에 끝났고, 굳이 판촉 행사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직원들은 관례적으로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현상유지 편향을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기본 선택(default option)’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지리적으로 인접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장기 기증에 동의한 비율은 크게 차이 난다. 독일은 전체 국민의 12%가 장기 기증에 찬성한 반면, 오스트리아는 거의 10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국민성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두 나라가 가진 역사적 배경이나 환경이 너무 비슷하다. 모부신 교수는 그 이유를 현상유지 편향에서 찾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독일에서도 장기 기증을 원하는 사람들은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 즉 기본 선택은 장기 기증을 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는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것을 기본 선택으로 삼고, 원하지 않는 국민은 누구나 전화 한 통화로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자연히 대부분의 오스트리아인들은 당장 손해 보는 일도 아닌데 굳이 전화를 하면서까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결국 대다수 국민들이 장기 기증에 찬성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기본 선택 하나로 현상유지 편향을 잘 이용한 대표적 케이스다.
다른 사례를 보자. 필자는 이 글을 MS워드로 작성하고 있지만, 1990년대에는 아래아한글을 사용했었다. 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런데 윈도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MS오피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고, 많은 컴퓨터 제조회사들이 이를 따랐다. 자연히 사람들은 윈도에 기본적으로 세팅돼 있는 MS워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반면 사용자가 돈을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매해서 설치해야 하는 아래아한글의 사용률은 급감하고 있다. 이것 역시 기본 선택을 어떻게 해놓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현상유지 편향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해를 맞아 경영에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라면 ‘기본 선택’ 설계를 다시 해보는 게 어떨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방식이 기본 옵션이라고 인식되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완전히 전환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려면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끔 제도를 설계한다면 조직원들도 새로운 방식에 기꺼이 적응할 것이다.
현상유지 편향!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지만 접근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변화를 쉽게 유도할 수도 있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gplee@igm.or.kr
기업도 마찬가지다. 도약을 꿈꾸며 혁신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3개월을 못 버티고 예전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곤 한다. 임원들은 회사가 추진하는 일들이 직원들과 맞지 않아서 변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 안에 있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때문이다. 이 개념은 바꾸고자 하는 행동이 현재의 행동보다 특별하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이것을 ‘귀차니즘’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현상유지 편향이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켐벨 수프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1990년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된 데이비드 존슨은 회사 경영 방식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사업을 재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켐벨이 매년 가을마다 토마토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존슨은 담당자를 불러 왜 이 행사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담당자의 답변이 어의가 없었다. 그는 이 행사의 취지나 이유를 전혀 모르며, 그저 전임자에게 인수받은 대로 진행할 뿐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존슨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 행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불규칙한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오래 전에 끝났고, 굳이 판촉 행사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직원들은 관례적으로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현상유지 편향을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기본 선택(default option)’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지리적으로 인접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장기 기증에 동의한 비율은 크게 차이 난다. 독일은 전체 국민의 12%가 장기 기증에 찬성한 반면, 오스트리아는 거의 10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국민성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두 나라가 가진 역사적 배경이나 환경이 너무 비슷하다. 모부신 교수는 그 이유를 현상유지 편향에서 찾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독일에서도 장기 기증을 원하는 사람들은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 즉 기본 선택은 장기 기증을 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는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것을 기본 선택으로 삼고, 원하지 않는 국민은 누구나 전화 한 통화로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자연히 대부분의 오스트리아인들은 당장 손해 보는 일도 아닌데 굳이 전화를 하면서까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결국 대다수 국민들이 장기 기증에 찬성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기본 선택 하나로 현상유지 편향을 잘 이용한 대표적 케이스다.
다른 사례를 보자. 필자는 이 글을 MS워드로 작성하고 있지만, 1990년대에는 아래아한글을 사용했었다. 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런데 윈도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MS오피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고, 많은 컴퓨터 제조회사들이 이를 따랐다. 자연히 사람들은 윈도에 기본적으로 세팅돼 있는 MS워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반면 사용자가 돈을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매해서 설치해야 하는 아래아한글의 사용률은 급감하고 있다. 이것 역시 기본 선택을 어떻게 해놓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현상유지 편향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해를 맞아 경영에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라면 ‘기본 선택’ 설계를 다시 해보는 게 어떨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방식이 기본 옵션이라고 인식되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완전히 전환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려면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끔 제도를 설계한다면 조직원들도 새로운 방식에 기꺼이 적응할 것이다.
현상유지 편향!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지만 접근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변화를 쉽게 유도할 수도 있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gplee@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