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삶의 입맛 돌게 하는 소소하고 따뜻한 식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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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20쪽 / 1만2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20쪽 / 1만2000원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1988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키친》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엌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나나 키친》은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들려주는 부엌 이야기다. 아이가 두 살 반에서 여섯 살이 되는 동안 쓴 일상의 식탁 일기 101편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식탁의 풍경들이 등장한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맛의 ‘결정적 순간’,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행복, 세월과 연륜이 느껴지는 장인의 가게에서 마주치는 깊은 음식 철학, 집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가 문득 깨달은 삶의 지혜를 친한 친구와 레시피를 나누는 주부처럼 소개한다.
한국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김치를 넣고 중국식 장국에 백김치와 홍당무를 더한 뒤 한국 김으로 맛을 낸 고소한 김치찌개, 벚꽃새우와 닭 가슴살로 낸 국물에 레몬그라스와 태국 생강, 소홍주와 남플라에 마늘을 넣어 볶은 봉골레 파스타, 낡은 중화요리점에서 만난 기적의 짬뽕, 하와이 섬 힐로에서 눈부신 햇살 속에 먹은 아침 식사 등 요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때보다 집에서 음식을 많이 만들게 됐다는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먹는 밥은 가족 모두의 밥이다. 가족을 하나로 묶는 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아들의 도시락을 싸면서 완벽주의자 어머니의 도시락과 아버지의 독창적인 도시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직접 구운 빵을 보내 주는 친구의 소포를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 먹을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럽게 웃기도 한다. “밤중에 이 집에 불이 환하게 켜 있으면, 내가 먹지 않은 날이라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곳에는 오키나와에 있을 때 매일 느꼈던 당연한 편안함이 있다.” 마쓰미자카 부근의 양식집과 집 근처 오키나와 메밀국수 집에서는 놓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음미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꼬치튀김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을 보며 “사람의 마음이란 맛이나 돈, 장소의 호화로움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거기에 쏟은 애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 같으면 좀 더 멋져 보이게 썼겠지만 그때 그때, 있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썼다”는 글들은 소박해서 더욱 따뜻하게 다가온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1988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키친》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엌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나나 키친》은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들려주는 부엌 이야기다. 아이가 두 살 반에서 여섯 살이 되는 동안 쓴 일상의 식탁 일기 101편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식탁의 풍경들이 등장한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맛의 ‘결정적 순간’,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행복, 세월과 연륜이 느껴지는 장인의 가게에서 마주치는 깊은 음식 철학, 집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가 문득 깨달은 삶의 지혜를 친한 친구와 레시피를 나누는 주부처럼 소개한다.
한국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김치를 넣고 중국식 장국에 백김치와 홍당무를 더한 뒤 한국 김으로 맛을 낸 고소한 김치찌개, 벚꽃새우와 닭 가슴살로 낸 국물에 레몬그라스와 태국 생강, 소홍주와 남플라에 마늘을 넣어 볶은 봉골레 파스타, 낡은 중화요리점에서 만난 기적의 짬뽕, 하와이 섬 힐로에서 눈부신 햇살 속에 먹은 아침 식사 등 요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때보다 집에서 음식을 많이 만들게 됐다는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먹는 밥은 가족 모두의 밥이다. 가족을 하나로 묶는 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아들의 도시락을 싸면서 완벽주의자 어머니의 도시락과 아버지의 독창적인 도시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직접 구운 빵을 보내 주는 친구의 소포를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 먹을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럽게 웃기도 한다. “밤중에 이 집에 불이 환하게 켜 있으면, 내가 먹지 않은 날이라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곳에는 오키나와에 있을 때 매일 느꼈던 당연한 편안함이 있다.” 마쓰미자카 부근의 양식집과 집 근처 오키나와 메밀국수 집에서는 놓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음미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꼬치튀김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을 보며 “사람의 마음이란 맛이나 돈, 장소의 호화로움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거기에 쏟은 애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 같으면 좀 더 멋져 보이게 썼겠지만 그때 그때, 있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썼다”는 글들은 소박해서 더욱 따뜻하게 다가온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