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없는 트위터에선 장관들도 '쫄병'
‘트위터 초보라 긴장이 되네요^^’ ‘제가 장관이라 바빠서 트위터도 누가 대신해준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는지요^^ 전 반드시 제가 씁니다’ ‘영화 퍼펙트게임을 봤습니다. 너무 날씬한 최동원 선수를 조승우가 만든 게 쪼끔 아쉬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홍 장관은 작년 11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11개의 글을 올렸다. 댓글은 하나도 없고 리트위트(퍼뜨리기)와 관심글지정이 한두 번씩 있었다. 12월30일 이후에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

홍 장관은 중앙부처장들의 트위터 활용 수준을 보여주는 일례다. 부처장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라고 권유한 뒤 앞다퉈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으나 대부분 겉돌고 있다. 글을 올려도 리트위트나 관심글지정이 드물고 댓글과 답글로 소통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

정선태 법제처장도 홍 장관과 비슷하다. 작년 12월 중순까지 30개 글을 올린 뒤 반응이 시큰둥하자 쉬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트위터를 시작해 조금씩 맛을 들이는 단계다. 이따금 7, 8회 리트위트되는 경우도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김관진 국방부·맹형규 행정안전부·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등은 비교적 잘하는 축에 속한다.

김성환 장관은 홍보회사가 ‘가장 소통 잘하는 장관’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트위터를 잘 한다. 팔로어는 3200명. 지난달 24일엔 트위터러 @ChungMyungKim이 ‘대학교 3학년인데 외교부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외교부 홈페이지에 안내가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김관진 장관은 불과 71개 트위트를 날렸지만 1만명 가까운 팔로어를 모았다. 일선 장병들의 ‘멘션’에도 일일이 대답해준 것이 언론에 소개돼 유명세를 탄 결과다. 일부에선 “군의 엄격한 지휘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김 장관의 트위터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지만 사나흘에 하나꼴로 글을 올린다.

맹형규 장관은 트위터에서 정책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1일 @mybus2000이 ‘여수 엑스포가 성공하길 바란다. 그런데 지난해 대구육상대회 찬밥 신세는 최악이었다’고 말하자 ‘유치했을 땐 찬밥이었지만 현 정부가 적극 개입해 흑자대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권도엽 장관은 트위터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최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KTX 민영화 반대 의견을 밝히자 권 장관은 ‘공급자는 독점이 좋고 이용자는 경쟁이 좋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가 계급장 떼고 수평으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보니 중앙부처장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내부정보를 쓸 수도 없고 장관이 개인 의견을 강조하면 오해받을 것 같다”며 “멘션에 대해 잘못 답변했다가 확대해석되는 경우를 종종 봐서 트위터 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부처장들의 트위터 사용에 대해 트위터러들은 ‘타임라인만 잘 봐도 여론수렴에 큰 도움이 될 것’(@moah_info), ‘계속 열심히 하셔야죠’(@JHRNG), ‘시도해야죠. 홍보 글만 넘치게 하진 말고요’(@heegoopd), ‘비서 시켜서 하는 일은 그만두는 게 좋다’(@maylinux)는 반응을 보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