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부처 이전 앞두고 '소형 인기'
정부 과천청사에 근무 중인 박모 사무관(48)은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에 두 차례 청약했다 떨어졌다. 그는 “연말에 사무실이 이전하는데 집을 못 구해 고민”이라며 “출퇴근이 힘들 것 같아 오피스텔을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6개 정부 부처의 연내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이 일대 소형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자녀교육 문제로 혼자 이주하려는 공무원들이 많다”며 “당분간 세종시와 인근지역의 소형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 특수가 형성되면서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TX 역 인근 소형아파트 없나요”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는 26일 대전 공주 조치원 등 세종시 인근의 공급면적 80㎡ 미만 소형아파트는 5만3105가구, 오피스텔은 1791실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세종시에서 차로 10분 걸리는 대전 노은1지구 LBA재벌공인의 한상명 사장은 “세종시 입주가 본격화하면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열매마을4단지 전용 59㎡ 매매가는 2억~2억2000만원”이라고 말했다. KTX 오송역 이용이 가능한 청원군 오송마을 인근 오송1등공인의 전동수 사장은 “이전 부처 공무원들이 공동숙소용 아파트를 종종 문의한다”며 “호반베르디움 전용 85㎡ 매매가가 2억4000만원, 전세 1억4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000만원씩 올랐다”고 전했다.

원룸용 주택부지를 찾는 투자자도 있다. 충남 연기군 스카이부동산의 허인숙 사장은 “다가구주택 신축이 가능한 2종 일반주거지역은 1년 새 30%가량 뛰었다”며 “세종시 초입 대평리는 3.3㎡당 400만~500만원, 공주시 방면은 150만~2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세종시는 땅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초소형에 쏠린 관심

건설사들도 싱글족을 겨냥한 소형아파트 분양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 1-4생활권 L2·3블록의 극동건설 ‘세종시 웅진스타클래스 2차’는 모든 평형이 전용 60㎡ 이하다. 전용 43~45㎡ 초소형도 포함됐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58·서울 잠실동)는 “당첨되면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하거나 월세로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분양가 부담이 적은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은 1-4생활권 M2블록에 전용 59㎡ 단일 평형인 ‘중흥 S클래스 그린카운티’ 965가구를 분양한다. 조치원 시민 김승희 씨(52)는 “세종시 중심지역이 될 것으로 보여 아들을 위해 분양받으려 한다”고 전했다.

○첫마을 웃돈 3000만~5000만원

청약경쟁이 심화되자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1년간 전매가 제한되지만 불법거래를 해서라도 로열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첫마을 인근 H공인 관계자는 “30%가량 입주한 첫마을의 전용 85㎡가 3000만~5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며 “물량을 잡기 위한 불법·편법매매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S공인 관계자는 “최근 청약을 마친 현대엠코는 2000만~3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다”고 귀띔했다.

세종시의 지나친 분양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지금은 수요보다 공급이 달려 웃돈이 붙고 있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열기도 식을 것”이라며 “점점 높아지는 분양가도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남수 팀장은 “입주 시기가 다가오면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