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부동산] 화장실을 北에 두지 않는 이유
유럽에선 중세까지 집에 화장실이 없었다. 아침이면 주인이 밤새 싼 대소변을 하인들이 집밖으로 버렸다고 한다. 길거리는 오물로 뒤범벅이 된 지뢰밭이나 마찬가지였다. 귀부인들은 땅에 끌리는 긴 드레스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나무를 깎아서 만든 굽 높은 신발을 신고 다녔다. 이게 하이힐의 원조라고 한다. 유럽의 신사들이 바바리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것도 마구 버려지는 분뇨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영국 사람들은 인류가 만들어 낸 발명품 중 수세식 화장실을 사람에게 가장 유용한 것으로 손꼽는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집 안에 화장실을 설치할 경우 전통적으로 어떤 것들을 꺼려왔을까? 우선 집안의 북쪽에는 화장실을 두지 않았다. 추분에서 춘분 사이에 태양 광선이 들지 않아 그늘이 져 어둡고, 춥고 냉습해 불시에 재난을 당할 수 있어서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볼 일을 볼 때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마에 핏줄이 툭 불거져 나올 정도로 안간힘을 쓴다. 화장실이 추우면 뇌졸중의 위험이 크다. 화장실을 북쪽에 두지 말 것이며 따뜻하게 보온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의 주택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화장실이 북쪽에 있다면 예상치 않은 불행이 닥칠 수 있다. 현대 주택은 욕실을 화장실과 겸해 쓰고 있는데, 현관문과 일직선상에 두면 해롭다. 우선 현관으로 들어왔을 때 화장실이 정면에 버티고 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과 얼굴이 마주치면 가족이든 타인이든 간에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따라서 집을 설계할 때 공용욕실은 ‘뒷간’이라고 생각해 사람이 모이는 거실이나 식당을 통과하지 않고 드나들 수가 있는 곳, 가급적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

화장실로 쓰는 욕실을 북동방과 남서방에 두면 매우 흉하다. 전통적으로 북동방은 귀문, 남서방은 이귀문에 해당한다. 이 방위는 더러운 물이나 부정한 것이 있는 것을 꺼린다. 더러움을 씻는 욕실을 그 방위에 두면 흉하다.

또 북동방은 겨울에 찬바람이 들고, 습기가 차서 구질구질해지기 십상이다. 건강에 좋을 리 없다.

[풍수로 보는 부동산] 화장실을 北에 두지 않는 이유
노인들과 함께 사는 경우는 노인 전용 화장실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들은 기력이 떨어져 화장실 출입이 잦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성질 급한 젊은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면 서로가 불편하다. 노인이 쓰는 화장실은 침실과 거리를 가깝게 두고, 난방도 설치하며, 손을 잡고 앉거나 일어설 수 있는 난간도 필요하다.

화장실에 비치하면 기가 좋아지는 식물이 있다. 수련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순채(蓴菜)다. 옛날 재래식 화장실을 쓸 때 통 안에 한 줌의 순채를 넣어두면 구더기가 끼지 않았다. 현대의 화장실에도 순채를 건조시켜 그물망에 넣어 걸어두면 방향 효과가 좋고 잡귀를 물리치는 힘도 있어 사람을 보호해 준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