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천만명, 갤럭시·벨로스터에 '눈' 꽂히다
미국 동부시간 5일 저녁 9시35분. 뉴욕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벌이는 2012년 NFL(미국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의 마지막 쿼터가 진행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3분39초. 2점 뒤진 자이언츠의 공격이 연속으로 성공하며 터치다운 지역에서 50야드 거리까지 근접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맥주집에 모인 자이언츠 팬들이 손에 땀을 쥔 채 대형 스크린을 주시한다.

그 순간 광고로 바뀌는 화면. 슈퍼볼 광고 사상 가장 긴 90초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광고다. 아이폰을 사기 위해 애플스토어 앞에 지루하게 줄을 서있던 ‘팬보이’들이 삼성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를 발견한 후 영국 로커 저스틴 호킨스의 노래에 맞춰 줄을 박차고 나온다. “프리덤”이라고 외치는 한 출연자. 드디어 아이폰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메시지다.

21 대 17. 경기종료 57초를 남기고 터치다운에 성공한 뉴욕 자이언츠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게임이 끝나자 환호성을 지른 건 자이언츠 팬뿐이 아니었다. 밤 늦도록 사무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 담당자들도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손뼉을 마주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억1000만명이 지켜본 작년 슈퍼볼을 능가하는 흥행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의 슈퍼볼 광고 담당자는 “자이언츠와 패트리어츠 같은 강팀이 맞붙을 경우 경기 마지막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러 네 번째 쿼터에 광고를 집행했다”며 “예상이 적중해 광고효과가 상당했다”고 평가했다. 농구스타 블레이크 그리핀과 슈퍼모델 아드리아나 리마등을 등장시켜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기아차 옵티마 광고도 마지막 쿼터에 노출됐다.

미국민 4분의 3이 시청한다는 미국 최대 스포츠쇼 슈퍼볼은 시청자들이 광고 도중 TV 채널을 돌리지 않는 유일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올해 중계권을 따낸 NBC가 책정한 광고료는 30초에 350만달러. 1초에 1억원이 넘는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광고시간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약 1000만달러를 광고비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억1천만명, 갤럭시·벨로스터에 '눈' 꽂히다
올해로 5회째 슈퍼볼 광고를 집행한 현대차 미주법인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쏘나타 등 차를 보여주는 데 치중했지만 올해부터는 ‘슈퍼볼 광고는 재미로 본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흥미거리를 대폭 가미했다”고 말했다. 조수석에 앉은 직장상사가 심장마비를 일으키자 브레이크와 액셀을 번갈아 밟는 ‘심폐소생술’로 상사를 살려내는 제네시스 쿠페 광고가 대표적이다.

올해 슈퍼볼 광고전은 소셜미디어에서부터 달아올랐다. 지난 1월30일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티저 광고를 노출시킨 삼성은 사전 광고효과(pre buzz) 1위를 차지했다. 제너럴센티먼트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사전 광고효과는 1865만4398달러. NBC에 지불한 약 1000만달러의 광고비를 이미 상쇄하고도 남은 셈이다.

현대차도 ‘치타를 부끄럽게 만든 벨로스터’ 광고가 유튜브에서 조회 수 70만건을 기록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한 네티즌은 동영상에 “현대차는 이제 (슈퍼볼 광고를 통해) 주요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는 댓글을 남겼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