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체트병은 구강과 생식기의 궤양, 피부와 눈의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희귀한 전신성 염증 질환이다. 구강, 생식기 및 피부의 증상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재발하기도 한다. 눈을 싸고 있는 외측 섬유건 막에 생긴 염증인 후포도막염이 생겨 증상이 심할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구강궤양이 발생한다면 ‘베체트병’ 의심

베체트병의 증상은 보통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주로 구강, 안구, 음부에 궤양이 나타난다. 만약 1년에 3회 이상 구강 궤양이 반복된다면 베체트병일 가능성이 있다. 진단은 다발성 구강 궤양과 함께 여러 가지 전신 증상을 종합해 판단한다.

베체트병은 처음에는 구강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구강 안쪽의 점막들이 충혈되고 열감이 느껴진다. 음식물 섭취시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고 결국 구강점막에 궤양이 발생한다.

구강 궤양은 베체트병의 가장 중요하고 흔히 생기는 증상이다. 베체트병의 모든 증상이 다 나타나도 구강 궤양이 없으면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없다.

베체트병은 아직까지 발병원인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획기적인 치료약이 없다. 현재로서는 서양의학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한방에서는 호혹병(狐惑病)이라고 이름붙여 치료해왔다. 궤양과 염증을 완화하고 불균형한 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 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베체트병의 근본적인 치료

이광은 이지스한의원 원장은 “한방에서는 베체트병을 우리 몸 스스로 유해한 자극들에 대해 자가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둔다”며 “이러한 치료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항진돼있는 면역반응을 안정시키고 몸의 재생능력을 회복시켜 간혹 염증이 생기더라도 빠른 시일 안에 모두 회복시킨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입이나 위장, 자궁 등에 궤양이 발생하는 베체트병의 경우 양방에서는 ‘면역기능 저하’ 정도의 추정만 가능할 뿐 명확한 원인규명이나 치료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한방에서는 간경(肝經)이 관여하고 있고 풍열(風熱)과 심경(心經)의 열(熱)이 함께 발생한다고 판단, 불필요하게 발생한 화열과 습기를 제거하고 화열로 인해 손상된 골수와 진액을 보충하며 뜸, 침, 명상호흡법 등을 통해 몸의 순환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베체트병은 사망까지 가져오는 무서운 질병은 아니지만 치료방법이 마땅치 않은 재발성 난치질환이다. 특히 눈에 포도막염 증상을 나타낸 환자 중 약 20%의 실명율을 보인다. 따라서 증상이 다소 호전됐다고 해도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약물치료와 생활습관에 신경을 써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이 원장은 “베체트병은 좋은 치료를 받아도 환자 자신의 생활습관 변화가 없다면 병이 낫지 않을뿐더러 낫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와 함께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