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표된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법관 인사 명단에서 눈길을 끈 건 사법연수원 19기 법관의 승진이었다. ‘법관의 꽃’으로 불리는 고법 부장 승진자에 ‘막내기수’로 이름을 올린 19기는 강영수 부장판사(46)와 김소영 부장판사(47) 두 사람이다. 19기에서 처음으로 고법 부장으로 승진한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법에서 각각 민사합의10부(김 부장판사)와 민사합의11부(강 부장판사) 재판장으로 같은 층에서 나란히 방을 썼다.

김 부장판사는 제29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해 1990년 당시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이후 ‘여성 법관 최초’ 기록을 세워 왔다. 초임이었던 서울민사지법에서도 유일한 여성 법관이었다. 2002년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이 된 그는 법원행정처에 심의관으로 들어온 첫 여성 판사였고, 2005년에는 역시 첫 여성 지원장(공주지원장)에 임명됐다. 대법원 부장재판연구관(2006년), 법원행정처 정책총괄심의관(2008년)을 역임한 여성 법관도 김 부장판사가 처음이다. 김 부장판사를 포함해 현직 여성 고법 부장판사는 조경란 서울고법 부장판사(14기), 문영화 특허법원 부장판사(18기), 민유숙 대전고법 부장판사(18기) 등 4명뿐이다. 이때문에 그는 유력 여성 대법관 후보군으로 항상 언급돼 왔다. 경남도 창원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남도 하동 출신인 강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3년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을 시작으로 법관 생활을 해 왔다. 강 부장판사는 2000년 법원행정처 인사3담당관, 2002년 법원행정처 인사1담당관, 2006년 대법원장 비서실, 2007년 사법연수원 교수 등 법원의 요직을 두루 거쳐 법원 행정과 재판업무에 모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부임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사의 특허소송을 심리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사 발표가 난 7일 19기 법관들은 동기 모임을 열어 두 사람의 승진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8일 만난 두 판사는 “우수한 동기들 중에서 우연히 먼저 승진하게 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9기 법관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을 맡았던 김형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시철 김우진 이창형 오석준 부장판사 등이 포진해 있다. 16일부터 김 부장판사는 대전고법, 강 부장판사는 부산고법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