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다시 블루오션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누구나 마음대로 써도 되는 공공 지식재산(public intellectual property)이다.”

성광제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블루오션 전략 관련 세미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당연한 것 같아 보이는 이 말은 사실 충격 선언이라고 할 만한 파장을 갖고 있는 발언이다.

누구나 써도 되는 지식재산

블루오션 전략은 국내에서만 단행본이 50만권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학계나 기업에서는 최근 수년간 논의가 거의 되지 못했다. 단행본이 나온 이후 세계적으로 1000여개 대학에서 공식 강좌가 개설됐지만 국내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지재권 논란 탓이었다.

블루오션 전략이 고유의 방법론을 가진 이론이어서 컨설팅은 물론 강좌개설 워크숍 특강 등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뜻이 있어도 혹시 모를 지재권 침해가 두려워 연구도 저술도 강의도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블루오션 전략은 인기와는 거리가 먼 침체곡선을 그렸다. 이런 상황에서 블루오션 전략 창시자인 김위찬 교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성 교수가 이같이 공식석상에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성 교수는 미시간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은 뒤 NASA에서 일하다 김 교수가 재직하던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재학 중일 때 김 교수와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았고 최근에도 김 교수가 블루오션전략 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시도해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신뢰관계가 깊은 사이다.

성 교수는 “탁월한 사상가가 만들어낸 개념은 더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며 “그동안 잘못 알려진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런 선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한국전략경영학회 산하에 가치혁신전략연구센터를 오는 4월 발족해 블루오션 전략 연구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신사업 창출 백가쟁명 기대

사실 블루오션 전략만큼 최근 10년 사이 우리 기업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경영이론은 없었다. 필자의 경우 2004년 1월부터 국내에 블루오션 전략을 소개, 전파한 첫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당시 한국경제신문이 연재한 시리즈 ‘가치혁신시대를 열자’와 ‘블루오션으로 가자’ 등은 낙양의 지가를 올린 초대형 히트 상품이었다. 2004년 10월 한국경제신문이 개최한 ‘국가혁신포럼’에서는 삼성전자의 가치혁신 사례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한경이 블루오션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빨리 따라잡고, 모방하는 중진국형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베끼고 따라잡는 레드오션형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을 통해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파한 것이었다.

이제 한경은 다시 깃발을 높이 들 것이다. 예의 성 교수 등과 협업해 전문가 과정도 만들고 경영자클럽도 열고, 젊은이들을 위한 무료 커뮤니티도 운영할 계획이다. 알게 모르게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조사해 한국의 블루오션 전략 성공 사례도 수집하려고 한다.

블루오션 전략을 사랑했던 강호제현들에게 이 칼럼을 통해 기쁜 소식을 전한다. 다시, 블루오션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