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벌 화려한 의상·54번 무대 전환 "어메이징"…마법에 빠진 싱가포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WORLD ART - 뮤지컬 '위키드' 공연 대성황
제작비 200억 투입한 대작
판타지 장면에 관객 환호
5월31일부터 서울 공연
제작비 200억 투입한 대작
판타지 장면에 관객 환호
5월31일부터 서울 공연
눈이 번쩍 뜨이는 환상적인 무대, 귀에 감기는 멜로디, 기발한 스토리를 현실로 구현해낸 의상과 무대, 초록마녀와 금발마녀의 매력까지….
미국 브로드웨이를 홀린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마법은 강력했다. 2003년 초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 전 세계 3000만명 이상 관람, 흥행 매출 25억달러(3조원). ‘위키드’의 오리지널 투어팀이 오는 5월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한다. 아시아 투어 공연 중인 위키드를 싱가포르에서 미리 만났다.
7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그랜드 시어터. 평일인데도 1700석의 극장에 많은 관객이 들어찼다. 위키드는 판타지 소설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두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우정을 키운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 비누방울에 둘러싸여 시계추를 타고 내려온 글린다가 엘파바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소녀가 만나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혹적인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초록빛 에메랄드 시티 등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비스런 무대는 숨쉴 틈 없이 이어진다. 엘파바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중력을 거슬러’를 부르며 공연을 절정으로 이끈다.
2시간45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매기(21)와 해나(18)는 “어메이징(놀랍다)”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을 연발했다. 이들은 “호주 공연을 놓쳐 아쉬웠는데 싱가포르 여행 중 위키드를 보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뉴욕 여행에서 ‘머스트시(must see·필수 관람)’ 1순위로 꼽히는 ‘위키드’의 매력은 뭘까. 먼저 탄탄한 스토리.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이 원작인 위키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는다.
‘사악한(wicked)’ 초록마녀가 사실은 착한 마녀였고, 착한 금발마녀는 아름다운 외모의 허영덩어리 소녀였다는 발상. 엘파바가 나쁜 마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숨겨진 정치적 음모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선입관을 꼬집는다. 무엇이 진짜 선이고 악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양철인간과 허수아비 등 친숙한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 엘파바의 출생의 비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여기에 2005년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음악이 어우러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와 ‘이집트의 왕자’ OST로 유명한 스티븐 슈워츠의 작품.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싹트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파퓰러’ 등 20여곡의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판타지 요소가 강한 공연답게 컨테이너 24대 분량의 세트가 화려한 볼거리를 안겨준다. 공연 동안 무대는 54번 바뀌고 조명 큐사인은 594번이나 들어간다. 수천개의 비눗방울을 동시에 뿌리는 버블머신, 6m의 거대한 용과 톱니바퀴가 맞물린 시계 형태로 꾸며진 무대, 개성이 돋보이는 350벌의 화려한 의상은 상상 속 마법의 나라 오즈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글린다는 아름답지만 때론 푼수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뿜어낸다. 초록색 피부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엘파바는 깊이 있는 내면연기부터 ‘뻣뻣 웨이브’까지 능숙하게 소화한다.
위키드 내한 공연에는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잇는 호주 프로덕션팀이 찾아온다. 제작비는 약 200억원. 로열티 없이 수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만큼 흥행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내한 공연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두 마녀의 이야기는 국내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성들에게 특히 매력적이지만, 폭넓은 관객을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다”며 “무엇인가 느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설 대표는 “기존 4대 뮤지컬의 흥행 기록을 깰 만한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어른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성인을 위한 동화’라고 볼 수 있다”며 “오랜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신선하고 색다른 오리지널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미국 브로드웨이를 홀린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마법은 강력했다. 2003년 초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 전 세계 3000만명 이상 관람, 흥행 매출 25억달러(3조원). ‘위키드’의 오리지널 투어팀이 오는 5월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한다. 아시아 투어 공연 중인 위키드를 싱가포르에서 미리 만났다.
7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그랜드 시어터. 평일인데도 1700석의 극장에 많은 관객이 들어찼다. 위키드는 판타지 소설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두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우정을 키운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 비누방울에 둘러싸여 시계추를 타고 내려온 글린다가 엘파바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소녀가 만나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혹적인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초록빛 에메랄드 시티 등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비스런 무대는 숨쉴 틈 없이 이어진다. 엘파바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중력을 거슬러’를 부르며 공연을 절정으로 이끈다.
2시간45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매기(21)와 해나(18)는 “어메이징(놀랍다)”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을 연발했다. 이들은 “호주 공연을 놓쳐 아쉬웠는데 싱가포르 여행 중 위키드를 보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뉴욕 여행에서 ‘머스트시(must see·필수 관람)’ 1순위로 꼽히는 ‘위키드’의 매력은 뭘까. 먼저 탄탄한 스토리.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이 원작인 위키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는다.
‘사악한(wicked)’ 초록마녀가 사실은 착한 마녀였고, 착한 금발마녀는 아름다운 외모의 허영덩어리 소녀였다는 발상. 엘파바가 나쁜 마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숨겨진 정치적 음모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선입관을 꼬집는다. 무엇이 진짜 선이고 악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양철인간과 허수아비 등 친숙한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 엘파바의 출생의 비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여기에 2005년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음악이 어우러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와 ‘이집트의 왕자’ OST로 유명한 스티븐 슈워츠의 작품.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싹트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파퓰러’ 등 20여곡의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판타지 요소가 강한 공연답게 컨테이너 24대 분량의 세트가 화려한 볼거리를 안겨준다. 공연 동안 무대는 54번 바뀌고 조명 큐사인은 594번이나 들어간다. 수천개의 비눗방울을 동시에 뿌리는 버블머신, 6m의 거대한 용과 톱니바퀴가 맞물린 시계 형태로 꾸며진 무대, 개성이 돋보이는 350벌의 화려한 의상은 상상 속 마법의 나라 오즈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글린다는 아름답지만 때론 푼수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뿜어낸다. 초록색 피부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엘파바는 깊이 있는 내면연기부터 ‘뻣뻣 웨이브’까지 능숙하게 소화한다.
위키드 내한 공연에는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잇는 호주 프로덕션팀이 찾아온다. 제작비는 약 200억원. 로열티 없이 수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만큼 흥행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내한 공연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두 마녀의 이야기는 국내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성들에게 특히 매력적이지만, 폭넓은 관객을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다”며 “무엇인가 느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설 대표는 “기존 4대 뮤지컬의 흥행 기록을 깰 만한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어른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성인을 위한 동화’라고 볼 수 있다”며 “오랜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신선하고 색다른 오리지널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