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을 정치권이 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은 총선을 앞두고 표만을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아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출총제를 폐지해놓고 그 이유를 3년 만에 잊어버린 정치권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많다. 당시에도 숱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출총제가 다시 도입되면 당장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성장 사업 투자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인 태양광이나 전기차, 2차 전지, 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와 육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대기업 관계자는 “앞으로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신사업 추진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수조원씩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가 수두룩한데 과거 경험으로 봐도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기업에 비해 역차별 당하게 되는 제도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은 출자총액에 얽매여 투자가 어려운 반면 해외 대기업은 별다른 제약없이 해당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싫다고 손발을 묶으면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을 확대하는 차원이라면 시대착오적인 출총제가 아니라 다른 합리적인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며 “세계 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야할 대기업의 손발을 출총제로 묶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