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4대 금융지주 규제 강화하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논란이 끝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승인을 내 줬지만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선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하나금융으로부터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나가는 게 타당한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와는 상당히 다른 각도에서 문제 제기를 해 보고자 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금융 안정’ 측면에선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지는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형社 파산 땐 시장 붕괴

금융회사의 덩치가 커지면 안정성도 높아진다는 게 통념이다. 자본이 증가하고 예금자 거래기업 등 고객이 늘어나면 위험을 분산시키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이 같은 상식은 깨졌다. 대형 금융회사는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의 존재가 아니라 전체 금융시스템을 한꺼번에 붕괴시킬 수 있는 존재로 바뀌었다.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진 여파로 한때 금융거래가 완전히 멈춰섰던 탓이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의 자산은 6000억달러였다.

미국 정부는 2010년 6월 자산규모가 500억달러를 넘는 예금취급 금융회사를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회사(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로 지정했다.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지주 모건스탠리지주 등이다. 이 금융회사에는 자본 유동성 차입비율 공시 등 여러 측면에서 일반 금융회사보다 훨씬 강화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또 금융회사 간 인수·합병(M&A) 후 총부채가 전체 금융회사 총부채의 10%를 넘는 경우 M&A 자체를 불허하기로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모임인 금융안정위원회(FSB)도 같은 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29개 금융회사를 ‘글로벌 SIFI’로 정했다. 미국 8개, 영국과 프랑스 각 4개, 일본 3개, 독일 2개, 중국 1개 등이다. 이 금융회사들은 일반 금융회사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2.5%포인트 이상 높게 유지해야 한다.

‘중요 금융회사’ 지정 시급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검토할 때 시스템 리스크는 따지지 않았다. 보도자료엔 △사업계획의 타당성 △재무상태와 경영관리의 건전성 △자금조달의 적정성을 들여다 봤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쟁 제한 여부를 의뢰했다고 돼 있다. 시스템 리스크는 승인 요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추진한 금융회사 대형화 정책은 충분히 성과를 냈다. 이제 전체 금융 안정을 금융정책의 핵심 목표로 정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M&A 승인기준에 시스템 리스크를 더해야 한다. 이미 덩치가 커진 금융회사엔 건전성 규제를 좀 더 가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 우리금융 KB금융 신한금융 등은 총자산이 340조원(지난해 9월 말 기준)을 웃돈다. 전체 금융회사 총자산 3009조원의 10%를 모두 웃돈다. 이들 금융지주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금융당국은 자산 300조원이 넘는 금융회사를 ‘국내 SIFI’로 지정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