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에 다니는 S씨(47)는 지난달 경기 용인 풍덕천동에 있는 전용 109㎡ 아파트를 급매물보다 5000만원 정도 싼값에 법원 경매로 구입했다. 부모님이 편안히 노후를 보낼 곳을 찾던 그는 주변에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병원이 있는 풍덕천동을 점찍었다. 중개업소를 돌아다녀 보니 3억8000만원 이하로는 급매물이 없었다. 법원 경매물건을 검색하다 두 차례 유찰돼 3억1000만원까지 떨어진 매물을 발견했다. 그는 3억3000만원을 써내 두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받았다. S씨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다 보니 경매 물건 경쟁률과 낙찰가도 떨어지고 있다”며 “법원 경매시장을 이용하면 수천만원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3구 목동 분당 용인 평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경매정보 업체인 지지옥션은 지난달 버블세븐 아파트 낙찰가율이 64.8%로 역대 최저를 보였다고 9일 밝혔다.

낙찰가율은 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로, 낮을수록 싼값에 낙찰됐음을 의미한다. 이전 역대 최저 낙찰가율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의 66.2%였다.

경기 용인과 서울 목동의 낙찰가율이 낮았다. 용인시의 경우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경매에 나온 공세동 ‘성원상떼빌 레이크뷰’ 영향으로 낙찰가율이 46.3%를 나타냈다. 양천구에선 지난달 아파트 24건 가운데 6건만 낙찰되면서 낙찰가율이 69.8%를 나타냈다. 서초구 낙찰가율도 71.7% 수준으로 낮았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응찰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성원상떼빌 레이크뷰’ 등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저가에 낙찰되면서 낙찰가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경매시장을 통한 내집 마련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강남 아파트도 두 번 정도 유찰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경매시장에서 급매물보다 수천만원 싸게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며 “투자목적인 아닌 실수요자라면 경매시장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융자를 낀 아파트에 후순위로 전세 들어간 세입자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낙찰가율이 떨어지면 전세금과 융자금을 합친 규모가 시세의 80%를 밑돌아도 전세 보증금을 일부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며 “보증금을 줄이고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