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20년 전 수사파일을 공개했다.

파일 안에는 잡스가 과거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과 그가 현실을 왜곡하는 취미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파일은 지난해 10월 사망한 잡스에 대한 191쪽 분량의 기록이다.


조사는 1991년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그를 대통령 직속 수출자문위원으로 발탁하기 위해 이뤄졌다.


파일은 잡스와 그의 동료, 이웃, 그 밖에 업무적·개인적 지인 들의 인터뷰를 포함해 애플과 잡스의 업적을 추모하는 이들의 상상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잡스의 지인들은 FBI와의 인터뷰에서 "조용하고 겸손하다" "자신의 집을 꾸밀 때 직접 찾아와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등 그의 성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다수의 호의적 진술과는 반대로 그가 언제나 믿을 만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다. FBI는 파일을 통해 "몇몇은 잡스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비틀고 현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그의 정직함에 의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잡스의 약물복용 사실과 변덕스런 성품은 지난해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잡스 전기 '스티브 잡스'에도 언급됐다. 그는 FBI의 신원조사에서 "지난 5년간 불법으로 마약을 복용한 적은 없다"며 "1970년부터 1974년까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며 마리화나, 해쉬쉬, 환각제(LSD) 등에 손을 댔다"고 털어놨다.

잡스는 테러 위협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FBI 파일에 따르면 신원이 확실치 않은 남성이 몇 차례 전화를 걸어 "폭발물이 설치됐으니 1백만 달러를 지급하라"며 금품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FBI 파일은 수사 대상자가 사망하면 대중에 공개될 수 있다. 잡스의 파일은 정보공개청구제도에 따라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