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街)에서 중소형주(스몰캡) 기업보고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1000억~2000억원 미만인 상장기업 분석보고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단 정치 테마주(株) 등 이상 급등 테마주와 전쟁을 선언한 금융감독당국의 시선을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는 것. 또 이들 역시 기존의 리테일(영업지점) 위주에서 기관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작성, 비교적 덩치 큰 중소형주 위주로 분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은 "코스닥 시장 전체적으로 정치테마주 등 테마열풍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실상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작은 기업들의 분석보고서도 작성하기 두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업분석 임무를 맡은 애널의 눈으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따져 적정주가와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놔도 돌연 테마주로 엮이면 의혹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등으로 피해자들이 쏟아지는 등 'CEO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다른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가령 소프트웨어 업체의 향후 실적 개선이 확실해 보여 분석보고서를 냈는데 그 회사 경영진이 갑자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뽑혀 정치 테마주로 엮이거나, 대구지역에 자산가치가 뛰어난 기업을 분석해 보고서를 썼는데 신공항 건립 결정으로 테마주를 형성하는 일들이 벌어지면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당초 선의의 목적으로 쓴 보고서가 일부 작전세력들에 의해 악의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리서치센터들이 스몰캡 애널리스트들도 투자전략부가 아닌 기업분석부로 배치, 이제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등을 위한 중소형주 분석에 나서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올해부터 투자전략부서에서 기업분석부서로 자리를 옮긴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리테일 영업이 아닌 기업분석부에서 기관과 외국인 등을 상대로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펀더멘털이 뛰어난 덩치 큰 상장기업들에게 우선 시선이 간다"면서 "또 시총이 큰 상장사들은 분석할 게 많아지고, 최소 분기별로 업데이트 자료를 내다보니 보고서 작성 횟수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