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이흥복 대표 "호수에 머물면 더 클 수 없어…빠져 죽더라도 바다로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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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비 인수한 유비벨록스 이흥복 대표
대학생때 창업
단칸방서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주차관리 서비스 솔루션 만들어
현대차가 2대 주주인데
2002년 임베디드SW로 손잡아 스마트 카 프로젝트 함께 진행
나만의 길 찾아라
남들의 성공비결은 참고사항일뿐 답답하더라도 스스로 개척해야
대학생때 창업
단칸방서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주차관리 서비스 솔루션 만들어
현대차가 2대 주주인데
2002년 임베디드SW로 손잡아 스마트 카 프로젝트 함께 진행
나만의 길 찾아라
남들의 성공비결은 참고사항일뿐 답답하더라도 스스로 개척해야
지난해 11월25일 ‘아이나비’로 유명한 국내 내비게이션 1위 업체 팅크웨어가 전격 매각됐다. 인수 기업은 ‘유비벨록스’란 이름의 소프트웨어 회사.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에 몇 안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10년 매출은 802억원으로 팅크웨어(2148억원)보다 오히려 적었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의 어느 누구도 ‘�?� 인수·합병(M&A)’이라는 평을 내놓지 않았다. 팅크웨어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던 반면 유비벨록스는 국내 모바일 카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데다 자금력도 풍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비벨록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자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스마트 컨버전스(융합)’ 흐름에 가장 잘 적응하는 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벨록스 창업자는 이흥복 대표(38·사진)다. 2000년 모바일 솔루션업체인 벨록스소프트를 차린 뒤 2009년 스마트 카드업체인 유비닉스를 합병한 데 이어 이번에 팅크웨어까지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10일은 이 대표가 팅크웨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꼭 1개월이 되는 날이다. 이날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팅크웨어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그동안 많이 바쁘셨겠습니다.
“인수 계약을 맺은 이후 업무와 시장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약간의 조직 개편을 제외하곤 별도의 인원 감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각 조직들이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많이 위임했습니다.”
▶유비벨록스가 팅크웨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사가 10~20년 뒤에 어떤 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뒀습니다. 바둑으로 따지면 일종의 포석(布石)과 같은 것입니다. 현재 유비벨록스와 팅크웨어 매출 구조는 내비게이션 등 단말기 50%, 스마트 카드 30%, 모바일 솔루션 20%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각의 사업 분야에 연관성이 있습니까.
“세 가지 사업 모두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기술입니다. 스마트 카드와 내비게이션은 우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담는 도구입니다. 애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들의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이를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담아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승승장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팅크웨어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내비게이션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팅크웨어가 갖고 있는 지도 솔루션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처음 창업을 했습니다. 서울 신림동 단칸방에서 컴퓨터 몇 대를 놓고 후배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주차 관제 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성과가 별로 없었고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했던 일이라 금방 접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 건 2000년 대학원에 다니면서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과 벨록스소프트를 만든 이후입니다.”
▶유비닉스와의 합병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창업 아이템이었던 모바일 솔루션 사업은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회사를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6년부터 합병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에 스마트 카드 전문회사인 유비닉스를 알게 됐습니다. 함께 사업을 하면서 홍성권 대표(현 유비벨록스 회장)를 비롯한 유비닉스 임원진과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이러다 합병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곤 했는데 2009년 6월 합병을 했습니다.”
▶왜 하필 스마트 카드 사업이었습니까.
“2005년부터 경영자들 사이에서 ‘블루오션’이란 단어가 화두였습니다. 모두가 남들이 손대지 않은 ‘블루’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던 시기였습니다. 저도 고민을 했었는데 포인트가 조금 달랐습니다. 블루보다는 ‘오션’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이 ‘레이크(호수)’라면 아무리 경쟁자가 없어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빠져 죽더라도 일단 바다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요.(웃음) 스마트 카드는 세계적으로 연간 조 단위에 이르는 시장을 갖고 있고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합니다.”
▶해외 진출 상황은 어떻습니까.
“미국을 비롯해 14개 국가에 스마트 카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팅크웨어 제품의 해외 판매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유럽과 중국 등의 현지 지도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도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팅크웨어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 블랙박스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효율적으로 선점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현대자동차가 유비벨록스의 2대 주주가 된 것은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까.
“그것 때문에 참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2002년 처음으로 현대차와 통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현대차 측에서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2005년 처음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2009년 유비닉스와 합치면서 추가로 투자했고요. 지금도 현대차와 함께 여러 가지 스마트 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사실입니다. 현대차가 주주로서 일감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10년째 일을 같이 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품질 기준이 무척 높은 까다로운 고객입니다.”
▶신제품 출시 계획은 없습니까.
“이번 M&A 이후 팅크웨어의 행보에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내비 8종, 블랙박스 3종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유비벨록스가 태블릿PC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강점을 접목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특히 3분기에는 그동안의 내비게이션과는 전혀 다른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내비게이션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스마트 카드 사업도 순조로운 만큼 2015년에는 회사 전체 매출이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인력난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도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제조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IT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5~10년 뒤면 중국이 대등한 수준으로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을 담아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회사가 발전하고 규모가 커지면 더 능력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반대예요. 창업 때와 비교하면 입사자들의 스펙은 좋아졌지만 실제 역량은 더 떨어집니다. 저희 회사는 입사문제로 프로그래밍 관련분야에서 다섯 문제를 내는데 한 문제를 맞히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과거처럼 뛰어난 인재들이 개발분야에 뛰어들지를 않아요. 정부 정책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창업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은 없습니까.
“사업을 하다 보면 항상 불안하죠. 그러다 보면 남들의 성공 비결을 ‘만병통치약’으로 삼아 그대로 답습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은 각각 다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어떤 회사는 영업이 문제일 수도 있고 어떤 회사는 제품력이나 기술이 취약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를 잘 찾아내면 해결책은 의외로 빨리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이흥복 대표는 맨주먹 창업 10여년 만에 매출 1000억 SW기업 키워
이흥복 대표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창업 10여년 만에 한국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목하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유비벨록스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드물게 연매출 1000억원을 넘보는 기업이 됐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재수 끝에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의대가 아닌 공대를 택한 이유에 대해선 “어릴 때부터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말에는 회사 일을 잊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둘과 시간을 보낸다. 피아노 연주를 해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어릴 적에 피아노를 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태권도 학원만 보내 대학에 가자마자 피아노를 배웠다”고 말했다.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쳤을 정도로 뭔가에 꽂히면 몰입하는 성격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