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1만회 공연 대기록
흉측한 외모의 천재 음악가와 아름다운 프리마돈나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만회 공연을 돌파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8년 1월26일 브로드웨이에 상륙한 ‘오페라의 유령’이 11일(현지시간)로 1만번째 공연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웨이 버전의 제작비는 800만달러지만 수익은 100배 이상인 8억4500만달러에 이른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25년간 뉴욕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56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의 새 역사를 썼다. 1988년 초연 당시 뮤지컬극장 대부분은 비어 있었고 히트작도 없었지만 지속적인 마케팅과 엄격한 품질 관리, 유연한 가격 정책 등을 통해 20년 이상 흥행 열풍을 이어왔다. 특히 여성과 관광객을 뮤지컬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끌어들였고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시장도 활성화시켰다.

이 작품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도 탄생했다. 프로듀서인 제임스 B.프레이드버그는 동료와 함께 1987년 50만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침체 상태에 있던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봤다. 프레이드버그와 동료는 이후 1200만달러를 벌었고 아직도 공연할 때마다 10만달러를 받고 있다. 프레이드버그는 “이렇게 많은 수익을 얻을 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페라의 유령’ 투자 수익률을 앞선 것은 애플 주식뿐이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뉴욕 시민과 관광객들이 ‘오페라의 유령’을 봤지만 무대 뒤에서 애쓴 제작진 중에는 공연을 한 번도 못 본 경우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의상 담당자인 에르나 디아즈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했던 여배우 33명의 옷을 제작했지만 직접 공연을 본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크리스틴 역을 처음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요청으로 1988년 관람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가 발표한 소설을 영국 작곡가 앤드루 L.웨버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뮤지컬로 만든 것.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