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에 잇단 태클…美, 삼성ㆍLG세탁기 덤핑 조사
국내 대기업들이 말 그대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에선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극성인 가운데 밖에선 한국 기업과 상품을 겨냥한 덤핑 제소와 특허침해 소송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현대중공업,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글로벌 시장을 질주해온 한국 대표 기업들은 각국 정부와 경쟁 기업들의 잇단 견제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시장 곳곳에서 애플과 한치의 양보없는 특허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세탁기 덤핑여부 조사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는 3세대(3G) 이동통신 특허관련 반독점 규정위반 조사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브라질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바깥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55%로 30%포인트 올린 데 이어 아르헨티나 등 다른 회원국도 동조할 조짐을 보이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산 견제하라’…미 반덤핑 조사

한국기업에 잇단 태클…美, 삼성ㆍLG세탁기 덤핑 조사
12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미 ITC는 한국과 멕시코산 세탁기가 미 시장에서 덤핑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서 본격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지난해 말 미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를 덤핑 수출해 가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제소한 데 따른 것으로 ITC는 정밀조사를 거쳐 내년 2월까지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앞서 미 상무부도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의 덤핑판매 여부에 대한 별도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상무부 측은 오는 6월 초까지 한국과 멕시코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예비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삼성과 LG는 “월풀의 세탁기 덤핑판매 주장엔 분명한 근거가 없는 만큼 ITC 최종 결정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덤핑관세가 부과되면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지난해 한국과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세탁기가 11억달러어치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효성과 현대중공업은 미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유압식 변압기 제품이 이미 덤핑 예비판정을 받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상무부는 지난 10일 한국산 산업용 변압기에 29.9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효성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변압기를 수입하는 현지업자는 예비 관세 부과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이나 채권으로 공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상무부는 오는 7월 최종 반덤핑 관세율을 발표하고 8월16일로 예정된 ITC의 최종 승인을 거치면 효력이 발생한다.

ABB, 델스타 등 현지 업체들은 한국제품 점유율이 38%까지 오르자 ‘덤핑 판매’라며 미 정부에 제소했다. 2010년 기준 미국의 변압기 수입액은 4억1470만달러다.

◆줄을 잇는 특허소송과 반독점 조사

한국기업을 겨냥한 특허 공세와 관세율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갤럭시폰과 갤럭시탭 태블릿 등을 놓고 애플과 한치의 양보없는 특허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겨냥, 반독점 관련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3G 이동통신기술의 필수 표준 특허권을 남용해 애플 등과의 공정 경쟁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선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EU의 반독점 업무 최고책임자인 호아킨 알무니아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0일 “기업들이 경쟁을 막기 위해 특허권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 EU 규정에 따라 분명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했다.

애플도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갤럭시넥서스의 미국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지방법원에 새로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갤럭시S2와 갤럭시탭 등에 대해선 ‘이미지 언록’(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 특허를 위반했다고 본안소송을 함께 냈다.

현대·기아차는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의 관세 인상이 발등의 불이다. 브라질이 지난해 말 남미공동시장 이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적용하는 공업세(IPI)를 30%포인트 인상하면서 아직 현지공장이 없는 현대·기아차 판매가격이 25%가량 올랐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다른 회원국들도 줄지어 관세를 인상할 조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 듀폰과 방탄용 첨단소재인 아라미드섬유 생산·판매와 관련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 법원이 소송을 제기한 듀폰의 손을 들어주며 코오롱에 9억1990만달러(약 1조62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동의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