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착 과정에서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과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 출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눈에 띄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 추이 등에 비춰 외국인 매수세의 강도와 속도가 당분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매 기조가 전환되거나 대량 매물 출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13일 오전 10시5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90포인트(0.40%) 오른 2001.61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이 엿새째 '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124억원 매수 우위에 그쳐, 순매수 규모가 줄어든 모습이다.

장 시작 전 그리스 의회가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가 2차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긴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한층 낮아졌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회복하며 오름세로 장을 출발했지만 수급 동향에 따라 출렁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 유출입 동향에 따르면 선진국 관련 펀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반면 신흥국 관련 뮤추얼펀드에는 연초 이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신흥국(GEM·글로벌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를 통해 58억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규모로, 최근 6주 연속 자금이 증액 유입된 결과다. 올 들어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170억달러가 유입되면서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관련 이탈액(340억달러)의 절반 수준이 회복된 상황이라고 미래에셋증권은 전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로 주식과 채권 모두 대거 자금이 유입됐다"며 "확대된 유동성, 긴축 완화 기조 등에 따라 신흥국 전반에 대해 선호도가 확대되면서 GEM 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 안착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들어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해졌지만 매매 기조 변화가 감지되는 수준은 아니다"며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외국인 재매수가 지속될 전망이고, 연초 이후 유입된 자금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환차익 매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외국인 매수 기조는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1150원선이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110원선까지 떨어진 후 반등, 112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지난주 신흥국 채권으로 유입된 자금의 67%가 '선진국 통화 표시 신흥국 채권'으로 유입됐는데, 단기적으로 신흥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강세가 주춤하며 환차익 매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큰 흐름에선 신흥국 자금 복구 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단기적으론 환차익 메리트 감소에 따라 매수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와 국제 유가 등을 통해 외국인 매매에 대한 선행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조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와 국제 유가가 외국인 매수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는 양대 축"이라며 "외국인 매매의 누적 방향이나 펀드자금 동향을 통해 매매 기조 변화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겠지만 이는 후행적이란 점에서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 동향이 선제적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가가 직전 고점(두바이유 현물 가격 배럴당 118달러)을 넘어서면 원유 수입비중이 높은 동북아 증시에 대해 외국인이 강하게 베팅하기는 힘들 것으로 김 팀장은 관측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