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13일 박원순호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개포지구 소형주택 건립 확대’ ‘뉴타운 출구전략’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제한’ ‘도심재개발 세입자 대책 강화’ 등 공공성 강화로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토부는 이번주 서울시와 만나 주택정책 전반을 협의할 예정이다. 재건축 소형주택 확대 요구로 신축아파트의 45%를 전용면적 60㎡ 미만으로 지어야 하는 개포지구 주민들은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지 2월11일자 A1, 16면 참조

◆국토부·서울시 합의점 찾나

국토부-서울시, 이번주 '뉴타운·재건축' 담판
국토부가 서울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에는 서울지역 주택 공급 특수성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4년간 서울 시내에 공급된 주택의 50%가량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에 개발 가능한 택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향후 이 비율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재개발·재건축이 서울 주택공급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서울시가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최근 잇달아 내놓은 주택 정책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단지에 소형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전체 공급 가구 수는 늘어날지 모르지만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원들에겐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

일부 단지에선 재건축 이후 60㎡ 이하를 배정받는 조합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로 인해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 공급시기가 늦어져 주택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만나도 합의점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나뉘어 있어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박원순식 주택 정책의 효과에 대한 검증 및 분석을 거쳐 실무 협의를 통해 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소형이 45%?” 개포지구 주민 반발

서울 개포지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서울시 요구(기존 60㎡ 미만 소형아파트 가구 수의 50%만큼 소형으로 신축) 수용 때 신축 물량의 45%가량을 전용 60㎡ 미만(25평형)으로 지어야 한다. 당초 계획했던 20%보다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주공1·2·3·4와 시영 등 재건축 추진단지 중 주공2단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용 60㎡ 미만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따라 개포주공4단지는 기존(2840가구)의 절반인 1420가구를 소형으로 지어야 한다. 이 단지 신축예정 가구 수는 3113가구여서 전체의 45.6%를 소형으로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포주공3단지와 개포시영은 45%대, 기존 504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는 39.5%를 소형으로 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포지구 단지들이 소형으로 지어진데다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는 1 대 1 방식에 가깝게 재건축돼 소형 비중이 2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서울시 소형확대 요구가 다른 저층 재건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형이 많거나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는 단지들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민들은 이런 조건으로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소형주택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재건축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치범 개포주공1단지 조합장(변호사)은 “어떤 평형을 지을지는 조합원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심의권을 이용해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김진수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