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달라도 애사심은 한국인 못지않죠"
“브라질에서 벨로스터나 싼타페는 아주 유명해요. 한국 자동차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왔습니다.” (코지·26·브라질)

“중국의 한류 열풍은 최고예요. 가수 HOT 노래를 듣고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자라서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리시앙·25·중국)

8주간 연수를 마치고 지난 13일 현대모비스의 정식 사원이 된 외국인 신입사원들이다. 이들은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야무지게 입사 동기를 소개한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대졸 공채 264명 중 10%를 중국어, 체코어, 러시아어 능통자로 채용했다. 이들 중 외국인은 6명이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입사식을 마친 소감을 묻자 기쁨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한다. “지리산 종주 때 다리에 쥐가 났는데 동료들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도와줬어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아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섭섭합니다.” (예를란·23·카자흐스탄)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사원을 위해 1 대 1 멘토를 배정하고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는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어 능력시험 5급을 땄는데 높임말과 사투리는 아직도 어려워요. 선배에게 반말해서 분위기가 이상해진 적도 있어요. 하하”(리시앙)

좌충우돌 사고뭉치 신입사원들이지만 이들의 진가는 지난달 현대모비스의 중국 모듈 공장을 방문했을 때 발휘됐다. “현지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순정품 사용 현황에 대해 조사했는데 저희들이 팀 리더 역할을 했어요. 중국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언어가 통하다 보니 훨씬 수월했죠. 알찬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칭찬받았습니다.” (리칭·27·중국)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온 이유를 물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배우고 싶어서”라는 공통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아징 씨(27·중국)는 “다른 기업에도 합격했지만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KAIS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코지 씨는 “자동차 서스펜션과 섀시에 관심이 많은데 부품제조기업 중 모비스가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 생각했다”며 “한국어와 문화를 익혀 브라질 법인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15일부터 모듈사업부, 경영지원본부, 마케팅부 등 각 부서에 배치돼 일하게 된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눈빛이 빛났다. 박광연 씨는 “정보산업공학 전공을 살려 해외 공장 확장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했고, 리시앙 씨는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돼 회사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모비스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리칭 씨의 꿈은 일류 엔지니어다. “고모부가 중국에서 쏘나타를 타는데 더 좋은 부품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고국의 가족과 친척들에게 자랑할 거예요. 국적은 달라도 열정과 회사 사랑은 한국 사람들 못지않다고 자신합니다. 전 세계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서 노력한다면 모비스가 세계 1위 부품사로 성장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파이팅)”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