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발하지 않은 맨땅 형태의 원형지(原型地)로 처음 공급한 경기도 성남 고등지구 아파트 용지가 유찰됐다. 첫 공급이 유찰됨에 따라 원형지 추가 공급도 불투명해졌다.

LH는 지난 10일까지 접수한 성남고등지구 1000의1 일대 아파트 용지 입찰에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고 14일 밝혔다.

원형지란 LH가 토지보상을 마친 뒤 기본 인프라만 갖추고 부지조성(토목공사)을 하지 않은 상태로 공급하는 용지다.

대규모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LH는 초기 부지조성에 들어가는 선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작년 상반기 원형지 공급 계획을 확정한 뒤 작년 말 최초로 성남고등지구 용지를 선보였다. 분당신도시 및 판교신도시와 인접한 이 땅에는 중소형 평형과 중대형 평형 1586가구를 지을 수 있다.

D건설 관계자는 “토지 사용시기가 2014년 12월로 늦은 데다 땅값이 1847억원이나 된다”며 “요즘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2000억원 가까운 돈을 3년 뒤에나 사용할 수 있는 땅에 묻어둘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LH는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성남 고등지구 아파트 용지 재공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으로 공급되는 원형지는 시행·시공사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A시행사 관계자는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는 금융회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사실상 중단돼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땅을 거액을 주고 미리 사둘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LH는 당초 원형지 공급으로 조성비만큼 선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보상 전에 미리 토지대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돼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또 민간이 직접 토목공사를 할 경우 완성된 택지를 받는 것에 비해 5%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건설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