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결심은 빠르게, 실천은 모두 다 함께
혁신을 추진할 때 고민이 되는 대목이 있다. ‘톱 다운’식으로 밀어붙일 것인가, 모두를 설득해서 끌고 갈 것인가. 둘 다 문제가 있지만 혁신을 추진하는 단계에서는 모두를 설득한다는 생각은 우선 버리는 게 낫다. 무엇보다 시간이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을 확실하게 정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추진하는 혁신은 선거와는 다르다. 선거에서는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에선 모두가 좋아한다고 해서 옳은 방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버거워하는 변화를 추진해 위대한 회사가 되는 경우가 현실 세계에선 훨씬 많다.

상품과 서비스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회사를 바꾸는 혁신은 망설이는 직원까지 끌고가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성공사례를 만들고 달려 나가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할 틈이 없다. 현실안주형인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기 딱 좋다는 얘기다. 리더가 확고한 방향을 정해놓고 전사적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이끌고 갈 때라야 겨우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는 속성상 많은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회사에선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사공’이 많아지고 방향은 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혁신은 집중해서 최대의 성과를 지향해야 한다. 일부의 요구는 무시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이다.

‘톱 다운’이라고 해서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혁신이 이뤄지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평범한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방향은 톱다운으로 정해서 밀어붙이되 실천 과정에서는 사원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읽어 나가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실패하는 혁신을 보면 추진 단계에서는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느라 시간을 소모하고, 실천 단계에서는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해야 옳다. 결심은 빠르게, 실천은 전사적으로 세심하게.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