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 마약 GHB를 제조해 투약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안모씨(30)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12월 해외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GHB 제조법을 알아낸 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해 개인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는 GBL(감마부티로락톤) 등 원료를 구입, GHB 842ｇ을 제조ㆍ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GHB 842ｇ은 2만8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14억원에 달한다.

GHB는 현행법상 마약류로 분류돼 있으며, 알콜류에 타서 마실 경우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성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라고 불리며, 국내에서는 ‘물뽕’ ‘물히로뽕’이라는 은어로 알려져 있다.

안씨는 자신이 만든 GHB를 집에서 투약했다 의식을 잃은 것을 부모가 발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인터넷을 통해 GHB를 판매한다고 속여 구매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태국에 체류 중인 정모씨(42)를 수배하고, 정씨로부터 GHB를 구매하려 한 김모씨(26) 등 2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2010년 11월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GHB를 술잔에 넣으면 작업 성공률 100%’ 같은 허위 판매 글을 올려 김씨 등 구매자 28명으로부터 1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에게 구매 의사를 밝힌 28명은 대부분 20~30대로, 이들 중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마약 거래 단속을 강화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유해 사이트 폐쇄와 접속 차단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