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장
정보통신부 차관과 한국통신(현 KT) 사장을 지낸 이계철 씨(72·사진)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되자 이런저런 뒷얘기가 무성하다. KT와의 끈끈한 인연도 그렇지만 방통위 야당 측 상임위원이 추천했다는 얘기도 화제다.

위원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1년도 안 될 텐데 인사청문회까지 서야 하는 부담을 꺼려 예비후보들이 모두 손사레를 치자 야당 측 상임위원이 “그렇다면 청렴하고 전문성을 갖춘 이계철 씨는 어떻겠느냐”고 추천했다는 것. 청와대로서는 방통위원장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후보자 물색이 힘든 상황에서 야당 측 상임위원이 이씨를 추천하자 내심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와 KT의 관계도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한국통신을 민영화한 주역이다. 1999년 KT 사장으로서 해외를 돌아다니며 24억9000만달러어치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했고, 노동계의 전국적인 총파업 열기 속에서 강성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 유보를 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노조 집행부가 이 내정자 집에 들어갔다가 노모를 모시고 소박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 이 내정자는 KT 퇴직사우 모임인 KT사우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이석채 KT 회장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이 내정자는 1994년 12월 말부터 2년여간 정통부 차관으로 재직했고, 1995년 12월 말부터 1996년 8월 초까지 7개월가량 당시 이석채 장관과 함께 일했다.

이 내정자는 행시 5회, 이 회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행시 7회다. 당시 정통부 공무원들은 기획원 출신들이 장관을 꿰차는 것도 모자라 장·차관의 행시 기수까지 역전되느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업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방송쪽 경험이 없어 복잡한 현안들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는 반면 그나마 통신산업을 잘 아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