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의 '딜레마'
와이브로를 어떻게 해야 할까.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와이브로에 대한 주파수 재할당 시기가 닥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005년 1월 주파수 할당 이후 7년간의 실적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재할당하는 게 옳은지 회수하는 게 옳은지, 재할당한다면 27메가헤르츠(㎒)의 대역폭을 모두 줘야 하는지 일부만 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커지는 재할당 논란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시한은 다음달 29일까지다. 방통위는 그 전에 주파수 재할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두 사업자는 지난해 9월 와이브로 주파수를 계속 사용하겠다며 재할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방통위는 이달 중 심사단을 구성해 결정할 예정이다.

방통위 고민은 와이브로가 보조 기술로 밀려났다는 데서 비롯된다. KT와 SK텔레콤은 7년 동안 2조원을 투자해 고작 2000억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가입자는 KT 74만여명, SK텔레콤 5만여명, 총 80만명에 불과하다. 두 사업자는 와이브로를 주로 이동통신 트래픽 분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할당을 해줘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의 '딜레마'
KT와 SK텔레콤 사업계획의 무게중심은 다르지만 와이브로를 LTE(롱텀에볼루션)와 경쟁시키지 않겠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KT는 개인고객 대상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하면서 LTE 트래픽 분산용으로도 사용하려고 한다. SK텔레콤은 공공장소에서 무선 단말기의 와이파이 신호를 유선망과 연결하는 ‘다리(브리지)’로 와이브로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와이브로 주파수를 본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할당을 한다고 해도 27㎒ 대역폭을 다 주지 말고 수요를 예측해 9㎒나 18㎒만 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파수를 할당받고 나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걸 눈감아주면 잘못된 관행이 고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와이브로가 LTE와의 기술경쟁에서 밀렸다면 이번 기회에 손을 터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와이브로 대신 LTE를 선택했고 통신장비 업체들도 와이브로 기술 개발에서 한발 뺀 마당에 더 이상 미련을 가져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향후 통신정책 방향타

그러나 통신정책을 징벌적 차원에서만 결정할 순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와이브로시장이 커지지 않았는데 무조건 사업계획서대로 투자하는 게 과연 옳았느냐, 이제는 시장상황이 달라져 와이브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만큼 재할당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다.

실제 이미 2조원대의 돈이 투자됐고 와이브로 주파수를 쓰겠다는 수요도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주파수를 회수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더구나 2.3㎓ 대역 주파수를 회수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다른 용도가 없다.

방통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고심하고 있다. 방통위의 결정은 이동통신시장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주파수를 본래 용도로 활용하지 않은 두 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차원에서 주파수를 회수한다면 한국 정부가 와이브로를 포기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반면 사업자 요구대로 해준다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

방통위로서는 시장 주변의 엇갈리는 의견들과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국익에 최선인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광현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