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특기 살린 '강소 IB' 뜨는데…한국은 여전히 '잡화점 영업'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해 선정한 주관사 명단에는 다소 생소한 투자은행(IB)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앨런앤드컴퍼니라는 중소형 IB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해 역사적인 IPO를 맡은 것이다. 앨런앤드컴퍼니는 직원이 170명 안팎이지만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쟁력을 자랑한다. 2004년 구글 IPO 때도 주관사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하드디스크(HDD)사업부 매각 자문도 맡았다.

미국에선 강소 IB가 글로벌 IB를 제치고 딜을 따낸 사례도 많다. 지난해 모토로라 매각 자문은 글로벌 IB를 제치고 센터뷰파트너스와 캐털리스트파트너스가 따냈다. 이들은 모토로라를 구글에 125억달러에 매각하는 딜을 주관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경험과 평판을 쌓고 탄탄한 네트워크로 무장한 것이 이들의 경쟁력이다. 자본시장법이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판박이식 IB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IB들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M&A 자문, 강소 IB 약진

지난해 미국 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는 강소 IB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IB 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M&A 자문 상위 10위권은 글로벌 IB들이 싹쓸이했지만 20위권에는 특화된 중소형 IB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중소기업 전문 IB인 제프리스는 2010년 14위에서 지난해 12위로 두 계단 올랐다. 2006년 설립된 페렐라 와인버그는 13위를 지켰다. 모토로라 매각을 자문한 캐털리스트는 14위에 오르며 20위권에 진입했다. 센터뷰는 16위로 두 단계 올라섰다. 이 밖에 포로스, 모엘리스 등도 새로 20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M&A 자문 순위에는 부티크라고 불리는 중소형 IB들이 상위권에 진입하는 변화가 있었다”며 “이들은 저마다 특화된 사업 범위와 경영진의 전문성 및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 IB의 새 축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IB, 업무 특화가 살 길

지난해 국내 M&A 자문 순위에서는 ‘특화된’ 토종 IB를 찾아볼 수 없다. 상위 10위권까지 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고 글로벌 IB들이 싹쓸이했다. 20위권까지도 대형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11위) 삼성증권(14위) 대우증권(15위)만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 중소형 증권사는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기업들은 대형 토종 IB들조차도 내세울 만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IB들과 몇 번 일해봤지만 모두 판에 박힌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하우스별로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국내 주관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친분에 따라 주간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석/윤아영 기자 u2@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15일 오후 1시45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