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수학 점수가 한 달 만에 22점이 올랐어요.”

경기도 성남의 은행중학교. 지난 14일 이 학교에서 만난 차명숙 교사는 상기된 얼굴로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의 점수가 갑자기 뛴 비결은 뭘까. 족집게 학원 강사를 불러 비밀 과외라도 받은 걸까. 차 교사가 털어놓은 비결은 한 달여 전부터 새로 시작한 영어·수학 과목의 방과후 수업이었다.

이 학교는 삼성이 작년 12월19일부터 수도권 15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드림클래스’라는 방과후 수업의 시범 학교로 선정됐다. 시행 첫날 시험을 볼 때만 해도 방과후 수업 대상인 1학년 학생 20명의 수학 평균 점수는 51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1개월여 뒤인 지난달 말 치른 시험에서는 73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어 평균 점수도 65점에서 75점으로 올랐다.

신미자 교장은 “난이도 차이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두 차례 시험 수준은 비슷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은 현직 교사 4명이 만든 문제은행에서 수준별 문제 55문항씩을 뽑아 출제했다.

신 교장은 “가정 형편 상 학원을 다니지 못하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방학 기간에 좋은 선생님들로부터 교육받은 게 금방 효과를 본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초기만 해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삼성이 한다 해도 여느 방과후 학교하고 별 다른 게 있겠느냐”며 뚱한 반응을 보였다. 교사들도 결석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나오라”고 독촉 전화하는 게 일이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과후 수업 강사로 나선 대학생들의 열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라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방학 기간 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수업을 시작하는데, 대학생 교사들은 수업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나와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 이후에도 전화로 성실히 추가 지도를 해줬다. 그덕에 주4회 총 8시간씩 진행된 방과후 수업의 출석률은 100%에 육박했다.

삼성은 시범적으로 소정의 장학금을 주고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들을 강사로 선발했다. 경쟁률은 10 대 1이었다.

삼성은 다른 대학과도 협약을 맺어 중학생들이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저소득층 출신 대학생 3000명을 매년 뽑을 계획이다. 삼성사회봉사단 홈페이지(www.samsunglove.co.kr)로 접수한다.

현재 봉사활동 중인 대학생들은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전언영 씨(서울대 정치학과)는 “수업을 할수록 아이들이 잘 따라오고 마음을 여는 걸 느끼게 돼 그동안 해왔던 다른 과외보다 훨씬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규상 씨(지리학과)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내 이름의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꿈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삼성의 방과후 수업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작 때만 해도 ‘성적 상위 50% 이내이면서 부유한 가정 출신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20명 정원을 채우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대기자가 넘쳐난다.

삼성은 드림클래스의 반응이 좋자 다음달부터 대상 학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3월부터 전국 주요 21개 도시 120개 중학교의 7200명에게 무료 방과후 수업 혜택을 제공한다. 내년부터는 중소도시와 읍면 도서 지역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한다. 전체 사회복지 사업에서 교육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34%에서 내년에 40%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사회 양극화의 출발은 교육에서 시작된다”며 “교육 격차를 해소하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열정적으로 드림클래스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