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질병에 대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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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피할 수 없다면 경제적 대비를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
얼마 전 뉴스에서 “여든까지 살면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 “우리나라 암환자 80만명 시대”라고 할 만큼 이제 암은 무섭고 걸리기 힘든 병이 아니라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질병이 돼 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료기술 발달로 암 치료율과 더불어 생존 가능성도 높아졌다. 즉 암은 걸릴 확률도, 치료할 확률도 높아지면서 길어진 삶 동안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하는 만성 질환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자신의 주변을 한번만 둘러봐도 가족 친지 지인 중 누군가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필자 역시 남편의 암 투병 생활을 오랜 기간 함께하다가 결국은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던 그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병 간호를 위해 나는 목숨만큼 사랑하던 내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특히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 이런 일이 닥칠 경우 가족 전체가 받는 정신적 고통에 더해 경제적인 어려움에까지 처하게 된다. 특히 암의 경우 재발이나 전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치료에 따르는 간병비 및 생계비 부담으로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
사실 암뿐만이 아니다. 치매의 경우 2002년부터 2009년까지 7년 새 4.5배나 증가하는 등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중대 질병도 평균 수명 연장과 함께 한 번 이상 걸릴 확률 또한 높아졌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중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르는 의료비, 이후에 발생하는 간병비, 그리고 전이·재발로 인한 치료비용 추가 발생 부담에 대해 개인적으로 준비돼 있는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암 진단 후 실직한 사람이 전체의 83.5%에 달하고, 비용 때문에 암 치료를 포기한 사례도 13.7%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무엇보다도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질병의 위기는 어느 가족에게나 닥칠 수 있다. 투병 과정 동안 환자가 겪어야 하는 육체적 고통, 이로 인해 가족이 겪어야 하는 정신적 괴로움은 막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중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손병옥 < 푸르덴셜생명 대표 bosohn@prudentia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