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 달만에 학교폭력 잡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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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
“수십년 동안 계속된 학교 폭력을 단 두 달 만에 근절하겠다니요. 단기간에 학교폭력을 해결하겠다니 실무자인 우리로서는 답답할 지경입니다.”(모 경찰서 형사과장)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되자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은 4월 말까지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고 단언했다. 이에 발맞춰 경찰도 대대적인 ‘일진회’ 소탕계획을 내놨다. 탈퇴 서약서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학교폭력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일진회를 단속하면 폭력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15일 기자가 만난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단기 처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수사과장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일진을 소탕한다고 학교폭력이 사라질 것 같으냐”며 “학교폭력이 잠시 수그러들진 몰라도 금방 활개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관은 “실적에 집착해 무리하게 학생들을 잡아들이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과거와 비슷한 땜질식 대책에 불과해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의 ‘학교폭력 추방’ 대책 발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은 1995년 서울의 한 고등학생 자살을 계기로 ‘학교 담당 경찰관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빈발했고, 급기야 1997년 서울 중랑구의 학교에서 일진회 학생들에 의한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곧바로 ‘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2001년 부산에서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고교생이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부와 경찰은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05년 2월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도 내놓으며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경찰력을 총동원해 학교 폭력을 없애겠다는 경찰의 의지엔 박수쳐 줄 만하다. 하지만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의욕만 앞세운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놓고 경찰들에게 ‘실적’만을 강요한다면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기한을 정해놓기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찰이 교육기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학내의 다양한 문제를 협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학교 폭력을 줄이는 길”이라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경찰청장이 진지하게 들어봐야 할 시점이다.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되자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은 4월 말까지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고 단언했다. 이에 발맞춰 경찰도 대대적인 ‘일진회’ 소탕계획을 내놨다. 탈퇴 서약서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학교폭력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일진회를 단속하면 폭력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15일 기자가 만난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단기 처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수사과장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일진을 소탕한다고 학교폭력이 사라질 것 같으냐”며 “학교폭력이 잠시 수그러들진 몰라도 금방 활개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관은 “실적에 집착해 무리하게 학생들을 잡아들이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과거와 비슷한 땜질식 대책에 불과해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의 ‘학교폭력 추방’ 대책 발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은 1995년 서울의 한 고등학생 자살을 계기로 ‘학교 담당 경찰관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빈발했고, 급기야 1997년 서울 중랑구의 학교에서 일진회 학생들에 의한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곧바로 ‘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2001년 부산에서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고교생이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부와 경찰은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05년 2월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도 내놓으며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경찰력을 총동원해 학교 폭력을 없애겠다는 경찰의 의지엔 박수쳐 줄 만하다. 하지만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의욕만 앞세운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놓고 경찰들에게 ‘실적’만을 강요한다면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기한을 정해놓기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찰이 교육기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학내의 다양한 문제를 협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학교 폭력을 줄이는 길”이라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경찰청장이 진지하게 들어봐야 할 시점이다.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