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부' 폴슨도 결국…기업사냥꾼으로 전락?
‘헤지펀드의 대부’ 존 폴슨(사진)이 기업사냥꾼처럼 변해가고 있다. 2008년 주택시장 하락에 베팅해 대박을 터뜨렸던 폴슨앤드코의 폴슨 회장이 자신이 투자한 200년 역사의 보험회사 하트퍼드파이낸셜을 상대로 “주가를 부양하려면 회사를 쪼개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 같은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고 투자하는 소위 ‘매크로전략’의 대가인 폴슨이 기업사냥꾼과 같은 행동을 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슨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한에서 “주주들은 하트퍼드파이낸셜 경영진과 이사회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폴슨은 앞서 지난주 경영진과의 화상회의에서 “하트퍼드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생명보험사업과 손해보험사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스위프트 하트퍼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외부 자문사의 도움을 받아 회사 분할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회사를 쪼개는 것이 주주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폴슨이 다시 한번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폴슨앤드코는 하트퍼드파이낸셜의 지분 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이 회사 주가는 30%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하트퍼드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사업을 분리하면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슨은 회사가 분할되면 현재 19달러 선인 주가가 3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SEC에 제출한 서한에서 “대기업들의 기업 분할은 이미 추세로 자리잡았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모회사 맥그로힐, 미국 최대 식품회사 크래프트푸드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폴슨앤드코는 지난해 4분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SEC에 이날 신고했다. 폴슨은 지난해 초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보고 금융주에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금융주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50%의 손실을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큰 손실을 가져다준 은행주를 매각하고 하트퍼드의 기업 분할을 요구하고 나서자 매크로전략의 대가 폴슨이 기업사냥꾼으로 변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