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책임한 중국에 실망"…시진핑 "인내심 자극하지 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1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실망했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무역불공정과 인권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시 부주석은 “상대방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도록 자극해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중국이 시 부주석의 방미 목표로 친민지려(親民之旅·미국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여행)를 내세웠었지만, 이는 구호에 그쳤고 실제로는 날선 공방의 연속이었다.

◆“국제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시 부주석 간 회동은 당초 예정된 시간 45분을 훌쩍 넘겨 1시간25분 동안 진행됐다. 경제와 외교문제 등 양국의 모든 관심 사안이 논의됐기 때문이라는 게 백악관 측의 설명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에 들어가기 직전 언론에 공개한 발언에서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괄목한 성장을 환영한다”고 운을 뗀 뒤 “힘이 커질수록 책임감도 커진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처럼 중국도 국제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면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자 회동에 들어가서도 중국 정부의 위안화 추가 절상을 촉구하면서 수출보다는 내수를 확대하라고 압박했다. 최근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정부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는 “실망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마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부주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른바 자국의 ‘핵심이익’ 문제였다. 중국은 대만과 티베트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외부의 개입과 간섭을 극도로 싫어한다. 시 부주석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부통령과 만나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만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보장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지키지 못하도록 자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부주석은 “미국은 보호주의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양국 간 경제, 무역 관심사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이 (위안화 정책과 같은) 경제 문제를 정치 문제화해서 양국 관계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부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관한 것으로 중·미 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안에 대한 날선 대화 속에서도 양국은 협력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제재와 관련, 중국의 협조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국제협약에 준하도록 수출금융 가이드라인을 개선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시 부주석을 동행한 중국투자무역방문단은 전자기기, 농산품 등 총 271억달러(40조원)어치 미국상품을 구매키로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