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과거영광 재현할까
HP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PC와 프린터 시장의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발판으로 세계 최대 전자회사로 군림했던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해 PC사업 분사 발표와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의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HP가 새로운 선택을 내놓았다. ‘기업용(B2B)’ 시장 공략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3년간 매출 제자리걸음

HP, 과거영광 재현할까
토드 브래들리 HP 퍼스널시스템그룹 사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P 워크스테이션 및 글로벌 파트너 콘퍼런스(WS&GPC) 2012’ 기조연설에서 27인치 올인원 형태의 워크스테이션 ‘Z1’을 발표했다. 전날 발표한 고성능 신클라이언트(thin client) ‘t510, t610’에 이은 것. 올해 안에 워크스테이션을 추가로 선보이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기업용으로 특화된 PC다.

이번 발표는 특히 지난해 9월 취임한 멕 휘트먼 CEO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1위의 PC업체인 HP는 스마트폰 시대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과 삼성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매출은 2009년 1145억달러에서 지난해 1272억달러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휘트먼 회장이 취임해 PC사업 분사계획을 철회하긴 했지만 장기 비전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장고 끝에 HP는 그동안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기업용 PC시장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로 했다.

이익률이 높은 데다 일반 제품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빨라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HP는 현재도 워크스테이션과 신클라이언트 부문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강자다. 하지만 디자인 분야 등 애플의 아이맥이 지배하고 있는 제품군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브래들리 사장은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선보인 ‘Z1’은 하루 종일 PC를 켜두고 효과적인 공간활용이 필요한 디자인 업체, 학교 등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다. ‘t510, t610’ 역시 신클라이언트에서도 3차원(3D) 영상을 구현하는 등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새로운 성장 가능할까

물론 이 같은 HP의 변신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경쟁사인 델 등 글로벌 PC업체들이 이미 기업용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HP는 신클라이언트와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스 브렌켈 HP 아·태지역 퍼스널시스템그룹 부사장은 “신클라이언트 부문은 최근 2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이라며 “앞으로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제품뿐 아니라 서버,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을 토털 솔루션으로 한꺼번에 제공해 지속적인 매출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년 13% 이상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는 동시에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생산성에 직결된 제품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수요를 줄일 수도 없다.

라스베이거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