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맥도날드 '하라다 마술경영' 에 승승장구
“하라다의 마술 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내놓은 하라다 에이코(原田泳幸·사진) 일본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다. 하라다는 2004년 일본맥도날드 CEO 자리에 올랐다. 그후 회사는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를 ‘마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2003년까지 일본맥도날드는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하라다의 경영성과는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라다는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빠른 의사결정, 수시 구조조정, 프로 존중 등이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하라다의 경영 방식은 결정 속도가 더딘 다른 일본 기업과는 차별화된다”며 “일본 기업들이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값은 인상하되 정크 이미지 없앴다

2000년 들어 일본맥도날드의 매출 하락은 가속화됐다.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찾자는 ‘윳쿠리’(ゆっくり·천천히)문화가 음식문화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웰빙 붐까지 더해져 맥도날드는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소비자들은 ‘마크도나르도(マクドナルド·맥도날드의 일본식 발음)를 정크푸드’로 인식했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130엔(1800원)이던 기본 햄버거 가격을 60엔으로 내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일본맥도날드가 곧 망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일본맥도날드는 애플컴퓨터 일본 법인장이던 하라다를 CEO로 영입했다. 하라다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배는 이미 침몰했고 뱃머리만 수면에 남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매출 분석 후 낮은 판매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하라다는 가격을 인상했다. 60엔짜리를 없애고 기본 햄버거를 100엔에 내놨다. 대신 정크푸드란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업계 처음으로 재료의 원산지 표시를 계산대 앞에 내걸었다. 안심하고 먹도록 한 것이다. 맛없다고 불평하는 고객에겐 고스란히 환불해주면서 가장 비싼 메뉴도 함께 줬다.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광고도 했다. 경제성장기 맥도날드햄버거로 한끼를 때우면서 산업을 일궈나갔다는 내용으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 결과 고객이 다시 몰려들었다.

◆잘나갈 때 구조조정

2008, 2009년 일본맥도날드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2009년 5319억엔 매출에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232억엔의 경상이익을 낸 것. 회사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하라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2010년 초 기자회견에서 전국 점포의 10%에 해당하는 433개점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철수야말로 타이밍의 게임”이라며 “필요 이상 매장이 많으면 품질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없는 점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선언이었던 셈이다. 다른 회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너에 몰려 철수했다. 하지만 하라다는 잘나갈 때 빠지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한 일본맥도날드의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맥도날드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69% 늘어난 132억엔(1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0%가량 증가한 6000억엔(8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프로를 무조건 존중한다’는 기업 정신도 실적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사는 2007년 일본 대기업 최초로 ‘정년제’를 폐지했다. 나이가 많아도 기술이 있는 사람은 계속 고용하겠다는 뜻이다. 하라다는 “햄버거만큼 일정한 맛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맛을 내기 힘든 음식도 없다”며 “나이든 사람이 숙련된 기술로 맛 좋은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