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끌고 실적이 밀고…코스피, 내친 김에 2228 도전
코스피지수 2000을 중심으로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던 국내 증시가 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코스피지수는 14일 장중 2057.28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인 끝에 20.04포인트(0.99%) 오른 2045.08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해 8월3일(2066.26) 이후 최고치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25만원에 마감해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주가가 단기 조정을 겪더라도 중장기적인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상승 배경은 유동성과 외국인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힘은 ‘유동성과 외국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통화 공급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도를 높였고, 이런 현상이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주식 순매수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한국 등 신흥국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에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 2월 중순까지 8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하순 일시적으로 자금이 순유출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시 2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올들어 10조395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초 순매도 흐름이 나타났지만 13일과 14일엔 각각 1205억원과 5359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 회복이 지속돼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와 함께 주가수익비율(PER)이 2000년 이후 평균인 10배를 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국내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PER은 10.19배로 미국(12.63) 독일(10.89)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11.14) 인도네시아(13.84) 등 신흥국보다도 낮다.
유동성 끌고 실적이 밀고…코스피, 내친 김에 2228 도전
○‘실적 전망도 바닥쳤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은 주가가 오르는 중에도 기업 실적 추정치가 계속 하향 조정됐지만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도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반전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엔과 신영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2일 32조6730억원에서 9일 32조6782억원, 13일 32조8299억원으로 2주 연속 증가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2일 145조1571억원에서 13일 146조1673억원으로 늘었다. 수출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장세에 이어 실적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이달 중 209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코스피지수는 연중 점진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 2228.96을 넘어 228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유가 상승, 엔 약세가 복병

국제 유가 상승세와 엔화 약세는 국내 증시의 복병으로 꼽힌다. 오 센터장은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120달러,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에 이르면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13일 WTI 최근월물은 배럴당 106.71달러, 두바이유는 124.21달러였다.

엔화 약세는 국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기업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시장도 다변화됐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투자 심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코스피지수 2050 안팎에서는 상승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며 “실적 개선폭이 큰 IT 업종과 저평가 종목을 위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