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나리자의 성공서 창업·마케팅 지혜 배우세요"
“일자리를 늘리려면 창업을 장려해야 해요. 그런데 창업해 성공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자칫 가진 것을 몽땅 잃기 십상이죠. 일을 벌이기 전이라면 하고자 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 2~3년 밑바닥부터 경험해야 합니다.”

《당신도 사업을 할 수 있다》(한강)를 쓴 변자섭 씨(71·사진)는 “남들이 창업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창업은 백이면 백 실패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변씨는 맨손으로 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를 창업해 상장까지 시킨 입지전적인 인물. 책은 스물 일곱에 화장지 총판을 시작, 모나리자를 창업하고 암을 얻어 경영권을 넘기기까지 27년의 일을 기록한 변씨의 경영수첩 격이다.

“지난해 여름을 전후해 6개월간 두문불출하며 옛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썼어요. 거칠긴 하지만 예비 소자본 창업자를 위한 창업과 마케팅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책마을] "모나리자의 성공서 창업·마케팅 지혜 배우세요"
변씨는 1968년 대전에 모나리자의 전신인 삼남사를 세웠다. 충청·전라·경상지역의 화장지 총판이다. 고향에서 키우던 소를 판 돈 8만원, 퇴직금 8만원, 통장에 들었던 4만원을 합해 20만원으로 시작했다. 쌀 한 가마니에 2만원 하던 시절이다.

“서울 무궁화화장지 1위 대리점이었죠. 버스로 지방 거래선과 서울 본사를 한번 도는 데 보름이 걸렸는데도 신발이 닳도록 돌고 또 돌았어요.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성실하게 일했죠. 그러다보니 장미표화장지 같은 다른 화장지도 취급하게 됐고요.”

1970년 유한킴벌리가 생기면서 재래시장의 화장지 시장이 초토화됐다. 변씨는 거꾸로 생각했다. 망하는 게 당연한 시장에서 1972년 쌍마화장지공업사를 창업했고, 모나리자 상표로 화장지를 만들었다.

“스스로 근면했고 노력했거든요. 시장도 잘 알았어요. 지방 도매상들과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믿을 만한 자산이었죠.”

1974년 1차 석유파동은 전화위복이 됐다. 경쟁 상대와 달리 물건을 원하는 만큼 제때 공급해 거래선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여세를 몰아 당시 시장 점유율 4위 현대화장지공업사를 인수, 2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1977년 회사 이름을 모나리자로 바꾼 이듬해 2차 석유파동 때는 품질로 인정받았어요. 물건이 달려 만들면 팔리는 시절이었지만 남들과 달리 고급 원료를 써 품질을 유지했죠. 당장의 돈보다 품질에 대한 인식과 신용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

광고도 했다. 덤 마케팅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을 넓혔다. 1988년 상장했다. 쌍용제지의 화장지 공장을 인수하고, 전주에 50m 두루마리 화장지를 하루 60만개씩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췄다. 회사 외형과 제품 품질만큼 중시한 것은 인간관계와 신용이었다. 배움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1995년 신호제지에 경영권을 양도하고, 이태 뒤 암으로 위를 모두 절제하기까지 그랬다.

“올해 안에 책을 한 권 더 내려고요. 창업 사례를 모을 생각이에요. 할 수 있다면 창업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려고요. 그게 창업자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도움되는 일이겠죠.”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