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트리밍 방법으로 '손잡이 없는 우산' 개발
전 세계에서 우산에 대한 많은 발명품이 있었다. 그러나 우산은 값싼 중국산이 대부분일 정도로 ‘레드오션’ 상품이다. 우산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분석해 보자. 우산의 구성 요소들 간 관계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각 구성 요소를 그림으로 그려서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의 몸-손-손잡이-가운데 봉-우산 살대-우산 천-비. 신제품으로 우산을 만든다고 해도 우산의 기본 역할인 비를 막아 주는 기능은 필수다. 트리즈에서 제시하는 신제품 아이디어 도출의 체계적인 방법 중 하나인 ‘트리밍(trimming·가지 치기)’을 이용해 구성 요소를 하나씩 없애 보자. 그 뒤 없어진 부품이 수행하는 각각의 기능을 다른 대체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보자.

우산 손잡이를 없앤 다음 ‘우산 손잡이가 없는 신제품 우산을 어떻게 만들까’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우산 손잡이의 기능은 우산을 잘 잡을 수 있게 하고, 몸에 고정시키는 역할이다. 다른 방편으로 우산을 사람의 머리와 몸에 고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머리, 어깨와 등, 팔, 다리에 고정하는 엉뚱한 신제품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여기에 우산 봉까지 없애 보면, 우산 천과 우산대와 사람의 몸만이 있는 신제품 우산이 연상된다. 비-우산 천-우산대-사람 몸(머리). 이 우산을 필자는 낚시터에서 본 적이 있다. 우산 봉이 없고 머리를 감싸는 고무 밴드가 추가된 모자 우산 아이디어가 나온다.

트리밍을 한 김에 손잡이와 우산 봉과 함께 이번에는 우산 살대까지 없애 보자. 비-우산 천-사람 몸(머리). 우비라는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이 트리밍 방법은 일반적인 창의성 관련 서적에서 많이 얘기되는 단순히 ‘(무엇이) 없는 시스템’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다. ‘What if~(~이면 어떻게 될까)’의 사고 방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보라는 발상법보다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이다.

줄넘기 도구를 보자. 줄넘기를 하는 데 ‘줄’이 줄넘기 운동 중 발에 걸려서 발목을 아프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일으키는 줄을 없애 보자. 그러면 줄이 발에 걸려서 발목을 아프게 하는 문제는 바로 없어진다. 그런데 줄의 고유 기능도 같이 없어진다. 줄은 줄넘기 하는 사람을 계속 뛰게 해서 운동 시킨다. 다른 값싼 자원으로 줄 없이 줄넘기 했던 느낌으로 이전처럼 사람을 계속 뛰며 운동하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트리밍 방법으로 '손잡이 없는 우산' 개발
대체 자원을 분석해 보면 ‘줄넘기 손잡이’가 줄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가 유도된다. 그런 다음 ‘줄넘기 손잡이’를 수정, 줄넘기에서 줄을 돌리는 느낌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어 볼까 하는 데까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본다. 이 아이디어 중 하나가 줄 손잡이 안에 장착, 회전하며 움직이는 작은 추에 의해서 소리가 나면서 줄을 돌리는 느낌이 나는 제품이다.

줄넘기에는 줄이 꼭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없앤 ‘줄 없는 줄 넘기’란 재미있는 이 발명품이 10년 전 세계에 널리 보도됐다. 이 상품은 가격이 좀 비쌀 것 같았는데, 많이 팔려서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