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경제 지표 호조세에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1% 이상 하락, 나흘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9거래일 만에 '팔자'에 나섰고, 기관과 프로그램 매물 역시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권 업종이 3.53% 급락해 가장 큰 폭으로 밀렸고 기계 철강금속 은행 화학 금융 업종도 2% 넘게 떨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오는 20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이 결론 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데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여 1% 가량 급등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1월 주택 착공건수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개선세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전날 하락세는 새로운 악재 발생보다는 기술적 조정으로 해석되는 데다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아직은 주식 비중을 늘릴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오는 4월로 미루겠다고 한 것은 그리스의 긴축서약서 제출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시행에 대한 기대감도 축소되긴 했지만 최근 미국 경제 지표들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어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QE3를 당장 시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이란과 유럽의 긴장감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은 조심해야 하지만 이들 악재들은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노출됐거나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들로 주식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정보통신(IT), 화학, 에너지, 기계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도 "그리스 사태는 내부적인 마찰이 있긴 해도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주요 경제지표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로는 투자 성향을 바꿔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많이 오른 조선, 화학, 운송, 철강 등은 좀 더 기다리고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자동차, 반도체, 유통, 음식료 등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프로그램 매매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를 차익과 비차익으로 구분해 보면 차익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며 "유동성장세가 휴지기에 들어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들은 최근 특정 업종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장을 사들이는 경향을 보였다"라며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로 반전되면 모든 대형주를 시장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