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한일재단 공동 캠페인] (9)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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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한일 비교를 통한 뿌리산업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
(9)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강화
지난 16일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부품·소재기업 부성스틸(주).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정밀 인발강관(引拔鋼管) 전문 제조업체다.
이민철 부성스틸 주임(사진)은 지난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하 한일재단)의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사업의 기술자 육성과정에 참가했다. 그는 "사장님이 제조업 기술자 교육에 관심이 많아 인터넷으로 정보를 입수한 후 한일재단의 인재육성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밝혔다.
이 주임은 작년 8월 용인시 현대정보기술연수원에서 5일간 교육 수료생들과 합숙하면서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국내 교육과정(일본 모노즈쿠리 이론, 사례연구, 현장실습)을 익혔다. 일본 교육과정에선 작년 9월 초 시가현의 2~3개 제조업체를 방문해 4일간 선진화된 일본의 품질관리 기술을 배웠다. 현장 실습과정도 거쳤다.
그는 "일본 3D 업종의 현장을 직접 보니 공정 자체나 설비관리 등 전반적으로 깐깐하게 관리를 잘하더라" 며 "특히 20~30대 젊은 인력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엔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일본에서 수료한 내용을 PPT 자료로 만들어 사내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시 일본 모노즈쿠리 교육에 함께 견학갔던 동종 업계 기술진과 기술 교류를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주임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 "대학에서 철강과를 졸업했고, 당초 같은 계열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면서 "향후 철강 분야 전문가가 돼 후배를 양성하는 일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 경서동 서구공단 내 위치한 32년 전통의 (주)경덕산업은 자동차 프레스 부품 제조업체다. 브래킷, 파이프클립 등 프레스 가공 제품과 사출성형으로 만든 플라스틱 금형 제품을 국내 완성차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 진병훈 전무는 지난해 한일재단의 한국형 모노즈쿠리 경영자육성 과정에 참가했다. 일본의 제조기술 방식을 배우고 싶어 한일재단의 경영자 육성 교육에 참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진 전무는 모노즈쿠리 경영자 과정을 수료한 후 회사의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으로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인력 감축이 아닌 설비시스템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며 "올해는 사내 젊은 기술자 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일재단 모노즈쿠리 사업은?
한일재단은 2007년부터 일본의 모노즈쿠리 관련 정책 및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연구해왔다. 언론사를 통한 기사 게재, 번역도서 발간, 연구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새로운 개념의 모노즈쿠리를 국내에 전파하고 있다.
2010년 모노즈쿠리 최고경영자(CEO) 육성 연수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청과 함께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와 협력으로 국내 제조현장 실정에 맞는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일재단 일본비즈니스협력센터 김도훈 박사는 "그동안 우리 제조현장은 생산기술과 관리기술에서 일본 및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고, 그 결과 우리 제조 현장에도 많은 노하우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적 현장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활용할 시기가 됐다" 며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사업은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일재단이 도쿄대학의 모노즈쿠리 인재육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것이 관리기술이기 때문이다. 도쿄대학은 새로운 개념의 모노즈쿠리 관리기술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부문 중심의 관리기술자를 육성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개발-구매-생산-판매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관리 가능한 관리기술자의 육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사업은 도쿄대학의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 전임 강사진들의 모노즈쿠리 이론강의와 인스트럭터 과정을 수료한 일본의 제조현장 베테랑 기술자들이 현장실습 지도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 제조 중소기업 기술자 38명과 경영자 37명이 한일재단의 모노즈쿠리 인재육성 과정에 참여해 중소기업청장 명의의 수료증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설문은 통해 교육과정이 자사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장실습을 통해 이론강좌 심화 및 자사의 현장개선 아이디어를 획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일재단은 부품소재분야 기술인재육성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일본 신산업 분야 현장에 파견해 선진 제조기술과 생산관리 기법을 습득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국내 기술자는 2000년부터 작년까지 총 339명에 달한다. 사업에 참여했던 수료생들의 근무 현황과 연수 내용에 대한 적용 성과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좀더 실질적인 한일기업 간 협력 방안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한일재단 측 설명이다.
김 박사는 "일본경제가 침체돼 있으나 제조현장에선 우리가 배울 부분이 아직 많다" 며 "이제는 배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한국형을 찾고 정리해 한류와 함께 한국형 생산방식의 국제화에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