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린손해보험의 ‘윈도 드레싱’을 통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혐의대로라면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현행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제2의 주식워런트증권(ELW)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금융감독원이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52)을 시세조종 혐의로 고발한 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나섰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5일 이 회장을 비롯해 그린손보 자산운용총괄 상무와 계열사 대표 등 8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증선위와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그린손보가 대량 보유한 5개 종목 주식에 대해 매분기말 장 종료 동시호가 시간 무렵에 3548차례(591만980주)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거나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험영업 손실로 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자 주식운용이익을 늘려 RBC를 1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린손해보험은 위법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단기간 특정종목을 매수하고 주가를 높여 빠지는 이른바 ‘작전’을 통한 시세조종과는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투자기법인 윈도 드레싱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윈도 드레싱은 기관투자가들이 실적을 더 좋게 보이려는 마케팅적 목적이 큰 거래일 뿐”이라며 “실제로 시세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이른바 주식가액 평가를 통한 ‘미실현이익’이 있는 것인데 이를 시세조종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 논리대로라면 증시가 급락할 때 기관들이 나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것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윈도 드레싱이 사법판단의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2010년 6월 D자산운용 펀드매니저 김모씨에 대해 장종료 동시호가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펀드 편입 종목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지난해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방지 업무지침 등 윈도 드레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아닌 보험회사 등 다른 기관투자가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D자산운용은 금감원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처벌된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윈도 드레싱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면 기획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ELW 수사에서 검찰은 12개 증권사들을 불공정 거래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1심에서 증권사들에 대해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

임도원/좌동욱 기자 van7691@hankyung.com

■ 윈도 드레싱

기관투자가들이 결산기(분기, 반기, 회계연도 말)를 앞두고 보유종목의 종가관리를 통해 펀드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행위. 통상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