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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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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내비게이션
    나침반도 내비게이션(차량용 자동항법장치)도 없던 고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광활한 사막이나 바다에서 길을 찾았을까. 성서에서 동방박사들은 동방(페르시아로 추정)에서 베들레헴까지 별을 따라갔다. 하늘의 해와 별은 고대의 나침반이었지만 그나마 흐린 날에는 소용이 없었다.

    인류의 이동거리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은 나침반 덕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항해는 나침반과 지도에만 의존했다. 빅토르 위고가 나침반을 ‘배의 영혼’이라고 부른 이유다. 나침반은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 아랍을 거쳐 서양에 전해졌지만 그 효시는 중국이다.

    종이 화약과 함께 중국의 3대 발명품인 나침반의 최초 기록은 BC 4세기 춘추전국시대까지 올라간다. 당시 저술인 ‘귀곡자(鬼谷子)’는 “정(鄭)나라 사람들이 옥을 구하러 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지남기(指南器)를 가져갔다”고 기록했다. 지구 자기장에 의해 남극이 N극이 돼 자석의 S극은 항상 남쪽을 가리키는 원리를 중국인들은 2300년 전에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슬람권에선 최대 성지인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키블라(qiblah) 나침반을 고안했다. 어디서나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경배하기 위해서다. 나침반에 남북 표시 자침 외에 메카를 가리키는 초록색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LG전자는 2003년 메카 방향과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메카 인디케이터 폰’을 출시해 무슬림의 인기를 모았다.

    세계적으로 내비게이션이 안 달린 차가 드물 정도지만 그 역사는 일천하다. 일본 혼다가 1983년 지자기와 필름지도를 이용한 아날로그식 내비게이션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고속 주행이나 고압선 밑에선 오차가 너무 커 별 쓸모가 없었다.

    요즘과 같은 내비게이션이 본격 보급된 것은 미국이 70년대 쏘아올린 24개 군사용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성을 민간에 개방한 2000년부터다. GPS를 통한 위치추적 기능이 전자지도와 합쳐지면서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 쏟아졌다. 국내에선 2004년께 대중용 제품이 출시된 이래 현재 보급률이 80%를 넘는다.

    최근 미국 교통당국이 자동차 업체들에 내비게이션 스마트기기 등의 장착을 제한하고 운전 중에는 작동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운전자의 주의력 분산에 의한 사망사고가 2010년 3094건이나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에 장착된 DMB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출고단계에선 주행 중 시청이 안 되도록 만들지만 얼마든지 개조해 볼 수 있고 벌금도 없다. 편의도 좋지만 안전을 먼저 생각할 때가 됐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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