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만 대접받는 'AAA 트리오'
채권시장에서 KT와 SK텔레콤 포스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면서 국내 ‘최우량’ 민영기업 타이틀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국제 신용등급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4개월 사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 신용등급(AAA)을 받고 있는 KT SK텔레콤 포스코의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사업 확장에 따른 부담과 영업환경 악화를 반영한 결과다.

20일 현재 무디스가 이들 3사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A급 중 가장 낮은 ‘A3’다. 등급 전망도 모두 ‘부정적’이다.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6개월~2년 안에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개월 전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은 ‘A2(안정적)’였다. KT와 포스코는 각각 ‘A3(안정적)’로 평가받았다. SK텔레콤은 신용등급이 떨어졌으며 KT와 포스코는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이번 등급조정으로 이들 3사의 국제신용등급은 LG화학과 롯데쇼핑, 이마트(A3·안정적)보다도 낮아졌다. 국내에서 ‘AA+’ 등급을 받고 있는 회사들보다 국제적 위상이 떨어진 셈이다.

◆사업위험성과 재무부담 높아져

포스코와 KT SK텔레콤은 지난 수년간에 걸친 인수·합병(M&A)과 영업환경 악화로 재무부담이 커졌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포함한 공격적인 기업 인수로 빚 부담이 늘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포스코의 조정총차입금(전체 차입금에다 우발채무를 합한 것)을 감가상각전 영업이익(에비타·EBITDA)으로 나눈 배율은 2008년 1.26배에서 지난해 9월 말 3.36배로 높아졌다.

이 배율은 우발채무까지 포함한 실질 차입금을 실질 영업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빚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가장 정확한 지표로 사용된다. KT와 SK텔레콤의 조정총차입금을 감가상각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배율은 각각 2.15배와 1.19배로 나타났다. 포스코에 비해선 낮지만 국내 통신시장의 심화되는 경쟁이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그동안 국고채에 가까운 ‘안전성’을 인정받아온 포스코 채권 투자에 부담을 표시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포스코의 재무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채권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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