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 '안산사이언스밸리'는 혁신 모범…정치 외풍 막을 거버넌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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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경기테크노파크
경기테크노파크 장점과 단점
경기테크노파크 장점과 단점
경기테크노파크는 안산에 있다. 안산은 IT부품, 메커트로닉스 등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뿌리산업인 도금, 주물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반 지역이다. 안산에 있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대학과 산업현장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장소를 지정한 곳으로 산학협력의 정신이 살아 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우리나라 테크노파크의 원조다. 1995년 테크노파크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면서 1997년에 6개 테크노파크가 설립됐다. 이 때 이를 주도한 곳이 한양대와 안산시가 지원한 경기테크노파크다. 처음부터 준비도 잘돼 있었고 주변에 관련 기업도 많아 경기테크노파크의 성과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들의 기술지원 만족도, 장비활용도 등 여러 측면에서 전국 1위 수준이다.
국내 지역혁신 거점들이 경기테크노파크에서 배워야할 모범 사례도 많다. 자체 브랜드 사업인 안산사이언스밸리(Ansan Science Valley) 사업이 대표적이다. 같은 지역에 있는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전기연구원,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이 협력해 브랜드를 만들었다.
혁신클러스터 내 산ㆍ학ㆍ연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보텀업(Bottom-up)방식으로 이뤄진 안산사이언스밸리는 국내에서 처음이며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물다. 홈페이지 구축 및 관련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안산사이언스밸리 과학축제도 지역혁신이란 점에서 보면 그 의의가 크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활동과 새로운 사업에 한계가 있다. 뒷받침할 예산이 부족하고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할 이해관계 당사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경기테크노파크의 글로벌화 노력이다. 경기테크노파크는 2007년 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의회(ASPA), 국제사이언스파크협의회(IASP)와 공동으로 혁신클러스터 관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또 해외의 많은 거점들과 상시적인 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글로벌 활동은 국내 혁신클러스터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선도 테크노파크라 할만하다.
글로벌·개방화·혁신시대에 지역혁신거점은 과거와 다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경기테크노파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테크노파크로 여러 분야에서 잘하고 있지만 지역 혁신거점이라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경기테크노파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자치제가 실시됐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데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지방정부 차원의 기술개발 투자 등 혁신정책을 실행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둘째, 거버넌스 문제다.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비교적 거버넌스가 투명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거버넌스 구조가 잘돼 있지 않아 정권이 바뀌거나 국회의원·시의원들이 새롭게 바뀌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예산이 줄어 혁신사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기테크노파크의 안정적인 경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조직과 인력의 문제다. 사실 이는 예산과 거버넌스 문제와 관계가 있다. 사업기준에 따른 비정규직 신분의 사람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축적해 가기도 어렵다.
이는 정부가 대학에 설치를 장려한 산학협력단과 출연연구기관에서 운영하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 등에서 존재하는 비정규직 문제와 유사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전문성을 축적하는 조직운영이 필요하다.
넷째, 정주여건에 관한 문제다.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안산에 살지 않는 연구원들이 다수다. 지역을 중심으로 소통하고 이에 따라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혁신클러스터의 기본이다. 이들이 안산에 살고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한양대와의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 한양대는 이공계 대학으로 그 역량이 매우 큰 대학이다. 그렇지만 안산의 산ㆍ학ㆍ연 주체들은 한양대의 역량을 100% 다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대학을 잘 활용하는 혁신클러스터가 돼야 한다.
여섯째, 경기테크노파크의 전략과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중앙정부의 테크노파크 정책은 연구ㆍ개발(R&D) 기능은 제외하고 장비·창업보육·기술 지원 등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경기테크노파크는 R&D나 기술사업화로 기능을 확산시켜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 분야에서는 로봇이나 의료기기, IT 메커트로닉스 등의 거점 전략을 더욱 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임덕순 <이노폴리스연구소 대표(한국뉴욕주립대 겸임교수)>
경기테크노파크는 우리나라 테크노파크의 원조다. 1995년 테크노파크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면서 1997년에 6개 테크노파크가 설립됐다. 이 때 이를 주도한 곳이 한양대와 안산시가 지원한 경기테크노파크다. 처음부터 준비도 잘돼 있었고 주변에 관련 기업도 많아 경기테크노파크의 성과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들의 기술지원 만족도, 장비활용도 등 여러 측면에서 전국 1위 수준이다.
국내 지역혁신 거점들이 경기테크노파크에서 배워야할 모범 사례도 많다. 자체 브랜드 사업인 안산사이언스밸리(Ansan Science Valley) 사업이 대표적이다. 같은 지역에 있는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전기연구원,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이 협력해 브랜드를 만들었다.
혁신클러스터 내 산ㆍ학ㆍ연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보텀업(Bottom-up)방식으로 이뤄진 안산사이언스밸리는 국내에서 처음이며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물다. 홈페이지 구축 및 관련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안산사이언스밸리 과학축제도 지역혁신이란 점에서 보면 그 의의가 크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활동과 새로운 사업에 한계가 있다. 뒷받침할 예산이 부족하고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할 이해관계 당사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경기테크노파크의 글로벌화 노력이다. 경기테크노파크는 2007년 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의회(ASPA), 국제사이언스파크협의회(IASP)와 공동으로 혁신클러스터 관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또 해외의 많은 거점들과 상시적인 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글로벌 활동은 국내 혁신클러스터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선도 테크노파크라 할만하다.
글로벌·개방화·혁신시대에 지역혁신거점은 과거와 다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경기테크노파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테크노파크로 여러 분야에서 잘하고 있지만 지역 혁신거점이라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경기테크노파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자치제가 실시됐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데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지방정부 차원의 기술개발 투자 등 혁신정책을 실행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둘째, 거버넌스 문제다.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비교적 거버넌스가 투명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거버넌스 구조가 잘돼 있지 않아 정권이 바뀌거나 국회의원·시의원들이 새롭게 바뀌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예산이 줄어 혁신사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기테크노파크의 안정적인 경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조직과 인력의 문제다. 사실 이는 예산과 거버넌스 문제와 관계가 있다. 사업기준에 따른 비정규직 신분의 사람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축적해 가기도 어렵다.
이는 정부가 대학에 설치를 장려한 산학협력단과 출연연구기관에서 운영하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 등에서 존재하는 비정규직 문제와 유사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전문성을 축적하는 조직운영이 필요하다.
넷째, 정주여건에 관한 문제다.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안산에 살지 않는 연구원들이 다수다. 지역을 중심으로 소통하고 이에 따라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혁신클러스터의 기본이다. 이들이 안산에 살고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한양대와의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 한양대는 이공계 대학으로 그 역량이 매우 큰 대학이다. 그렇지만 안산의 산ㆍ학ㆍ연 주체들은 한양대의 역량을 100% 다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대학을 잘 활용하는 혁신클러스터가 돼야 한다.
여섯째, 경기테크노파크의 전략과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중앙정부의 테크노파크 정책은 연구ㆍ개발(R&D) 기능은 제외하고 장비·창업보육·기술 지원 등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경기테크노파크는 R&D나 기술사업화로 기능을 확산시켜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 분야에서는 로봇이나 의료기기, IT 메커트로닉스 등의 거점 전략을 더욱 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임덕순 <이노폴리스연구소 대표(한국뉴욕주립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