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찰' 이영호가 몸통?…풀리지 않는 3대 의문
검찰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여한 ‘윗선’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지시의 ‘몸통’이었다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주장이 거짓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도 이 전 비서관이 윗선이 아니라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영호 윗선을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필요한 부분을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나 이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윗선의 존재 여부를 밝힐 ‘키맨’인 셈이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그가 2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실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자료 삭제를 지시한 이유, 장 전 주무관에 2000만원을 준 경위와 출처, 매달 지원관실로부터 280만원을 상납받았는지 여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고용노사비서실이 지원관실을 ‘비선라인’으로 뒀고 그 배후에 ‘영포라인(정부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영일 지역 출신 인사들)’이 있다며 스스로 몸통이라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0만원의 출처가 이 전 비서관 개인이 아닌 청와대나 다른 국가기관이거나 상납받은 280만원이 영포라인으로 흘러들어갔다면 윗선 개입 가능성은 커진다. 이 전 비서관이 불법사찰 사건이 2010년 6월 불거진 지 1년9개월 만에 갑자기 입을 연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윗선 의혹이 불거지면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 전 주무관과 함께 이날 변호인으로 검찰에 함께 출석한 이재화 변호사도 기자들과 만나 “일개 비서관인 이씨가 윗선이라고 보지 않으며,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 이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 전 주무관은 기자들에게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직 검찰에 안낸 자료에 어떤 내용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최종석, 이영호, 장석명 관련 자료가 있고 장씨의 육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5000만원을 건넨 인물로 지목됐다. 장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과 일면식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는 가운데 육성 내용에 따라 민정수석실의 연루가 밝혀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에 잇달아 의혹을 제기한 장 전 주무관이 공무원 신분에서 상하 동료 공무원들과 나눈 대화를 녹취해둔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일선 공무원들은 “공무원 끼리의 대화를 녹음해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9일 장 전 주무관을 불러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3시간가량 조사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