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자본시장법 위반…'매각 대책' 고심
CJ그룹이 계열사 대한통운이 보유한 자사주 443만주(전체의 19.41%)를 정해진 기한 내에 매각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지 3개월도 채 안돼 뜻하지 않은 ‘자사주 복병’을 만난 셈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상장회사가 자사주 매각 시한을 넘겨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다. CJ그룹은 이른 시간 내에 대한통운 자사주를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사주 규모가 3800억원대에 달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수

21일 금융당국과 대한통운 등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보유 자사주 542만3419주(23.77%) 가운데 443만126주(19.41%)를 이달 초까지 팔아야 했지만 매각 시한을 놓쳤다. 대한통운은 2008년 12월 금호렌터카의 렌터카사업 부문을 영업양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23.77%를 인수했다. 금호렌터카가 보유하고 있던 4.36%와 함께 영업 양수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19.41%를 떠안은 것이다.

문제가 된 자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사들인 19.41%다. 자본시장법 165조의 5 ‘주식매수청구권 특례’ 조항에 따르면 상장회사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사들인 자사주는 3년 내에 팔도록 돼 있다.

대한통운이 해당 자사주를 매입한 시기는 2009년 2월2일로 얼마 전 3년이 지났다. 자본시장법 위반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증권 발행 제한, 경고, 주의 등과 같은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자사주 취득에 대해 매각 기한을 두는 것은 주주 보호를 위해서다.

◆“전략적 투자자 물색 중”

CJ그룹은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며 늦었지만 서둘러 대한통운 자사주 매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자사주 19.41%는 CJ그룹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40.16%의 절반에 달한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3863억원 규모다.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한 블록딜(대량매매) 거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통운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이 아니다. 이 회사의 외국인 비중은 3.13%에 불과하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등이 대한통운 지분 18.9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우건설(5.33%)과 아시아나항공(4.96%)은 각각 2008년 대한통운 주식을 바탕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대한통운 지분을 전량 처분하지 못했다. EB의 만기인 내년 3월 이후 이 물량도 블록딜을 통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대한통운 현 주가가 자사주를 사들인 가격보다 낮은 점도 부담이다. 2009년 초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에게서 사온 자사주 가격은 주당 8만9205원이었다. 이날 대한통운은 0.93% 오른 8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21일 오전 11시22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