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유가 탓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핵 문제를 놓고 이란과 서방국들과의 대립이 격화된 데 따른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67포인트(0.23%) 내린 2019.57을 기록 중이다.

최근 해운, 항공, 여행 등의 종목군이 유가 급등 여파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해운, 항공주들이 속한 운수창고 업종은 1% 넘게 밀리며 사흘째 약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연료비 부담 가중 및 여행 수요 감소 우려 등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이란 사태 여파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2.60달러(2.5%) 오른 배럴당 105.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에선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진행된 유동성 랠리의 조정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 위험과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풀 수 있었던 이유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됐기 때문인데, 최근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동의 재스민 혁명과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당시에도 국내 증시는 충격을 받았다는 점에 비춰 당분간 유가 추이에 주목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했다.

다만 추가적인 유가 상승폭이 크지 않다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과거보다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유가는 부담스런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원유 이외의 원자재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전가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미국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 수준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미국이 대체에너지를 통해 원유 의존도을 줄여 물가 변동폭을 축소하고 있고, 전반적인 에너지비용은 하락해 물가상승률이 통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을 촉발한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조만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태동 팀장은 "이란이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립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달 2일 총선을 넘긴 후 강경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후 유가 상승세가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 증시가 현재 수준에서 상승세를 마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다음달 2일 이란 총선이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은행권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 시행되는 내달 초 전후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당분간 증시가 유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지만 근본적인 조정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유가를 빌미로 조정을 받는다면 매수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증시 모멘텀 공백 구간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차익실현 매물 등의 요인을 고려해 당분간 유가 급등 피해주에 대해선 관망하는 전략을 권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당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유가 급등 우려가 반영되면서 중국 관련주들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달 2일 이란 총선께까지는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기 때문에 유가에 민감한 종목들은 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