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달리며 스마트폰을 이용, 인터넷으로 끊김 없이 여러 사람과 동시에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공학자인 필자에게도 신기한 일이다. SF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 속에 나오던 상상 속의 모습이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 빠른 변화 속에 때론 신기한 것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두렵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TV 오락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위대한 유산’ 코너에서 한 개그맨은 “과거의 우리 것 (10년, 20년 전의 것)이 다 어디 갔냐”고 사회를 풍자하며 호통친다. 사라진 우리 놀이, 소리, 연예인 외에도 레코드 LP판, 워크맨 오디오 테이프, 다이얼에 손가락을 넣고 돌려서 전화를 하던 기계식 유선 전화기와 밤새워 채팅했던 PC통신…. 이거 다 어디 갔어?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고 예견해서 준비하는 사람은 생존을 넘어서 큰 돈을 번다. 매일 운전을 하면서 내비게이션이 친절하게 길 안내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과속 단속 카메라와 과속 방지턱까지 정확하게 안내해 주는 것을 보면 참 똑똑하다고 느낀다. 불확실한 미래의 짙은 안개 속에서 기술 개발, 사업을 하는 데 내비게이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옳은 방향을 가리켜 주는 나침반과 밤 바다를 항해할 때 빛을 밝혀 주는 등대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술 분야의 고전 트리즈에서는 200만건의 옛 소련 특허 중에서 우수한 특허와 기술혁신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여덟가지 기술진화 법칙과 단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기술 진화 방향과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기술이 진화하는 방향과 단계를 예측할 수 있으며, 각 단계의 적용으로 유망 기술의 도출이 가능했다.

요즘 트렌드는 조직과 기계 장치들이 유연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TV 디스플레이도 큰 브라운관에서 LCD와 아몰레드 유기EL의 얇은 패널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휘어지는 박막형 디스플레이가 시장에 소개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여덟가지 법칙 중에서 유연성(flexibility) 증가의 법칙을 이용하면 기술과 신사업 예측에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하나의 패턴은 점(point)에서 선(line)으로 변화한 다음, 면(plane)과 입체(3D)로 발전한다는 ‘점·선·면·입체로의 변화 패턴’이 있다.

조명등의 기술 변화를 살펴보자.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인 백열등은 필라멘트(점) 광원으로 우리의 밤을 처음 밝혀주었다. 다음이 사무실 천장에서 많이 보는 긴 형광등(선)이 나왔다. 최근에는 에너지 절약, 녹색 바람이 불면서 LED 등 앞에 볼록렌즈 판을 두어서 네모난 면(2D) 모양의 조명등이 나왔다. 앞으로는 입체적으로 말려서 꼬여진 형광등 조명과 같이 분위기 있는 입체 조명 시대로 바뀔 것이다.

변화로 이해가 되기 시작한 점, 선, 면, 입체로의 변화 패턴을 컴퓨터, 휴대폰 입력 장치에 적용해 보자. 휴대폰에서 점으로 입력하는 장치는 작은 자판을 하나 하나 누르는 키보드 형태였다. 굴리는 마우스가 나오면서 한 방향으로 커서를 움직이는 트랙 볼 마우스와 신용카드를 한 줄로 긁어서 읽는 선 입력 장치의 역사를 지난다. 그리고 요즘 대세는 스마트폰의 터치 앤드 드래그(touch & drag) 입력 장치다. 평면 터치 패널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검지와 엄지가 많이 바빠졌다. 그 다음은 연구 개발 단계지만 3D 입력장치다. 닌텐도의 가정용 놀이장치 위(Wii)의 컨트롤러와 모션 인식 도구가 그 예다.

백열등→형광등→LED평면→3D조명…트리즈기술 진화법칙 점→선→면→입체
이 같은 변화는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인사 조직 시스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 관리하는 점 형태의 인사 관리 시대에서 기업의 상하 조직 관리의 선 형태 위계 조직으로 바뀌었다. 상하 선 형태의 위계 조직에 횡으로 연결되는 매트릭스 2차원 인사 조직이 유행이다. 이와 함께 3차원 입체 볼 인사 조직이 연구되고 있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 주기가 너무 빨라서 혼란스럽지만 스마트 시대에 독자 여러분도 점, 선, 평면, 입체로의 변화 패턴을 익히고 실생활에 적용해서 성공하길 바란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