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넘쳐나는 음악에 '실력'의 가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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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 제5회 KED CON 지상중계
'나가수와 대중음악'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 강연
대중음악 편견 깨트려
잊혀졌던 '고수'들 재조명…음원판매 대상 연령대 넓혀
진정성에 박수를
비판받던 김건모의 열창…'최선 다하지 못하면 탈락' 교훈
새로운 시장을 보여주다
대중 이끄는 음악도 돈 된다…음악 비즈니스化 새 모델
'나가수와 대중음악'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 강연
대중음악 편견 깨트려
잊혀졌던 '고수'들 재조명…음원판매 대상 연령대 넓혀
진정성에 박수를
비판받던 김건모의 열창…'최선 다하지 못하면 탈락' 교훈
새로운 시장을 보여주다
대중 이끄는 음악도 돈 된다…음악 비즈니스化 새 모델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대중음악을 비롯해 방송, 문화계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시즌1 막을 내린 MBC 경연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한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제5회 KED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장 교수가 들려준 ‘나가수와 대중음악’에 대한 강연 내용이다.
‘나가수’는 우리 대중음악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줬습니다. 실력은 있지만 선보일 시장이 없던 가수를 재조명할 기회를 만들었고, 쇼 비즈니스 등 노래 외적인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시대 속에서 음원 판매시장의 판도를 뒤바꿨습니다. ‘나가수’의 등장 이후 음원판매 대상의 연령대가 50%이상 달라졌습니다. 음반제작자와 가수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통한 음악적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가수들의 고민이 더 높은 수준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했습니다. 이것들이 국내 대중음악의 발전과 다양성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수’의 성공요인
어떤 조직에나 리더가 있기 마련이고, 방송에서는 프로듀서(PD)가 그 역할을 합니다. 처음 김영희 PD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고사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음악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응했습니다. 김영희 PD는 음악프로그램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해봤기 때문에 엉뚱한 발상을 할 수 있었고, 이것이 성공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프로그램을 처음 시도했기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여기에 베테랑급 프로듀서의 노하우가 접목돼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입니다. 처음엔 프로그램 제목이 ‘7대 가요쇼’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가수다’라는 이름과 비교해보면 참 엉뚱하죠.
그리고 MBC제작진과 가수들, 각 분야의 관계자들까지 엄청난 하드웨어를 투입했습니다. 이들이 의기투합했기에 메가톤급 히트 프로그램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수와 제작진간의 보이지 않는 협력정신은 물론이고 음향, 무대, 조명, 진행 등 각 제작파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원활한 소통을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위기의 순간들
또 다른 성공비결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한 물에 배를 띄워 놓으면 그 자리에 있지만, 폭풍이 한번 오면 굉장히 많은 거리를 이동합니다. 그 중 하나가 김건모의 재도전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김건모가 7위로 탈락한 뒤 재도전 이야기가 나온 것은 ‘나가수’의 포맷이 획일화돼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계속 포맷을 바꿔가듯이 당시 재도전을 결정한 것인데,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김영희 PD는 누가 1등을 하거나 7등을 해도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또한 PD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먹히지 않았습니다.
‘나가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정의나 공정을 실현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철저하게 편집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오해의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그러나 음악가들이 100마디를 위해 한 줄을 쓰지만 대중은 그 한 줄만 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정한가, 아닌가에 초점을 뒀습니다. 확실히 최근의 국민정서가 요구하는 바가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대중의 판단이 시장을 지배하며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도 예외 없이 탈락할 수 있다는 점, 국민적 참여가 이뤄진 ‘나가수’는 이미 제작진의 프로가 아니라는 점, 누구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교훈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후 김건모가 ‘you’re my lady’를 부르며 보여줬던 긴장된 모습과 진지한 열창은 대중의 비판을 말끔히 불식시켰습니다. 대중은 노력하는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는 것입니다. ‘나가수’의 청중평가단은 대중의 모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중평가단이 선택한 결과는 가수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은 정말 알 수가 없고, 그래서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대중가요와 뮤직비즈니스
‘나가수’를 보면 한국 사람들의 음악 감상법이나 선호도까지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것,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무대에서 관객을 위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아낌없이 박수친다는 것, 셋째로 사람이 좋으면 무조건 좋고 사람이 싫으면 무조건 싫어하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가수들은 저에게 ‘저승사자’라고 합니다. 제가 순위를 발표하는 자리가 카메라 뒤쪽 어두운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제가 딱딱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부드럽고 낭만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고3때 병으로 라디오와 친구가 되면서 음악과 친해졌고, AFKN을 들으며 세계 음악에 관심을 가진 뒤 도대체 세계의 음악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버클리에서 공부했습니다. 귀국 후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음악 작업을 해 지금은 서울예대 교수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대중음악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려 합니다.
‘나가수’는 뮤직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장을 엿보게 해줬지만, 한국 대중음악 입장에서는 이제 시작입니다. 음악에는 대중에 맞춘 음악과 대중을 끌고나가는 음악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후자가 많이 부족합니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중에 맞춰 상업적이 돼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수익과 관계없이 좋은 음악의 예를 제시하고 대중들을 끌고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좋은 음악들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장형성은 ‘나가수’의 사례를 본보기로 더욱 확장됐으면 합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안승훈 한양대 인턴사원 opeia@hankyung.com
◆ 장기호 교수 프로필
△그룹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1986), ‘사랑과 평화’(1989), ‘빛과 소금’(1990) 활동 △버클리 음대 유학(1995) △MBC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장, 서울예대 실용음악과학과장 kio@live.co.kr
△KED CON(The Korea Economic Daily Conference)
- 한국경제신문 HiCEO가 만든 지식공유 콘퍼런스. 3월27일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강연. 연회비 1만원 △문의 02)360-4037
최근 시즌1 막을 내린 MBC 경연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한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제5회 KED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장 교수가 들려준 ‘나가수와 대중음악’에 대한 강연 내용이다.
‘나가수’는 우리 대중음악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줬습니다. 실력은 있지만 선보일 시장이 없던 가수를 재조명할 기회를 만들었고, 쇼 비즈니스 등 노래 외적인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시대 속에서 음원 판매시장의 판도를 뒤바꿨습니다. ‘나가수’의 등장 이후 음원판매 대상의 연령대가 50%이상 달라졌습니다. 음반제작자와 가수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통한 음악적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가수들의 고민이 더 높은 수준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했습니다. 이것들이 국내 대중음악의 발전과 다양성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수’의 성공요인
어떤 조직에나 리더가 있기 마련이고, 방송에서는 프로듀서(PD)가 그 역할을 합니다. 처음 김영희 PD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고사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음악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응했습니다. 김영희 PD는 음악프로그램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해봤기 때문에 엉뚱한 발상을 할 수 있었고, 이것이 성공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프로그램을 처음 시도했기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여기에 베테랑급 프로듀서의 노하우가 접목돼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입니다. 처음엔 프로그램 제목이 ‘7대 가요쇼’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가수다’라는 이름과 비교해보면 참 엉뚱하죠.
그리고 MBC제작진과 가수들, 각 분야의 관계자들까지 엄청난 하드웨어를 투입했습니다. 이들이 의기투합했기에 메가톤급 히트 프로그램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수와 제작진간의 보이지 않는 협력정신은 물론이고 음향, 무대, 조명, 진행 등 각 제작파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원활한 소통을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위기의 순간들
또 다른 성공비결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한 물에 배를 띄워 놓으면 그 자리에 있지만, 폭풍이 한번 오면 굉장히 많은 거리를 이동합니다. 그 중 하나가 김건모의 재도전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김건모가 7위로 탈락한 뒤 재도전 이야기가 나온 것은 ‘나가수’의 포맷이 획일화돼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계속 포맷을 바꿔가듯이 당시 재도전을 결정한 것인데,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김영희 PD는 누가 1등을 하거나 7등을 해도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또한 PD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먹히지 않았습니다.
‘나가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정의나 공정을 실현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철저하게 편집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오해의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그러나 음악가들이 100마디를 위해 한 줄을 쓰지만 대중은 그 한 줄만 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정한가, 아닌가에 초점을 뒀습니다. 확실히 최근의 국민정서가 요구하는 바가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대중의 판단이 시장을 지배하며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도 예외 없이 탈락할 수 있다는 점, 국민적 참여가 이뤄진 ‘나가수’는 이미 제작진의 프로가 아니라는 점, 누구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교훈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후 김건모가 ‘you’re my lady’를 부르며 보여줬던 긴장된 모습과 진지한 열창은 대중의 비판을 말끔히 불식시켰습니다. 대중은 노력하는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는 것입니다. ‘나가수’의 청중평가단은 대중의 모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중평가단이 선택한 결과는 가수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은 정말 알 수가 없고, 그래서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대중가요와 뮤직비즈니스
‘나가수’를 보면 한국 사람들의 음악 감상법이나 선호도까지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것,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무대에서 관객을 위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아낌없이 박수친다는 것, 셋째로 사람이 좋으면 무조건 좋고 사람이 싫으면 무조건 싫어하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가수들은 저에게 ‘저승사자’라고 합니다. 제가 순위를 발표하는 자리가 카메라 뒤쪽 어두운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제가 딱딱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부드럽고 낭만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고3때 병으로 라디오와 친구가 되면서 음악과 친해졌고, AFKN을 들으며 세계 음악에 관심을 가진 뒤 도대체 세계의 음악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버클리에서 공부했습니다. 귀국 후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음악 작업을 해 지금은 서울예대 교수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대중음악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려 합니다.
‘나가수’는 뮤직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장을 엿보게 해줬지만, 한국 대중음악 입장에서는 이제 시작입니다. 음악에는 대중에 맞춘 음악과 대중을 끌고나가는 음악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후자가 많이 부족합니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중에 맞춰 상업적이 돼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수익과 관계없이 좋은 음악의 예를 제시하고 대중들을 끌고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좋은 음악들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장형성은 ‘나가수’의 사례를 본보기로 더욱 확장됐으면 합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안승훈 한양대 인턴사원 opeia@hankyung.com
◆ 장기호 교수 프로필
△그룹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1986), ‘사랑과 평화’(1989), ‘빛과 소금’(1990) 활동 △버클리 음대 유학(1995) △MBC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장, 서울예대 실용음악과학과장 kio@live.co.kr
△KED CON(The Korea Economic Daily Conference)
- 한국경제신문 HiCEO가 만든 지식공유 콘퍼런스. 3월27일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강연. 연회비 1만원 △문의 02)360-4037